공부에 지친 학생들 접종 고민까지… 접종 예약률 공개 논란
공부에 지친 학생들 접종 고민까지… 접종 예약률 공개 논란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10.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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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소년 접종 예약률 공개… “무언의 압박”vs“참조사항”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16~17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률 공개 결정에 교육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정부는 4분기 12~17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획을 밝히며 16~17세 접종을 먼저 진행한다고 밝혔다.

5~29일 16~17세 백신 예약 후 18일~11월13일 접종, 18일~11월12일 12~15세 예약 후 11월1~27일 접종이 주 내용이다.

정부는 16~17세 예약을 앞둔 4일 예약률을 공개할지, 말지를 교육부와 검토했다. 성인의 경우 예약률, 접종률 등을 매일 집계해 공개해 왔으나 청소년은 수치 공개 시 학생들이 접종 부담을 더 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신중히 접근하고자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청소년 백신 예약률은 비공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약률 공개 방침을 확정했고 5일 예약 첫날 4시간 만에 대상자 80만명 중 19만명이 몰려 백신 예약률 20.8%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6일 발표했다.

정부의 백신 예약률 공개 결정에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학생에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않고 미접종 시에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했으나 예약률 공개로 그 규모에 관심이 쏠려 접종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예약률이 높으면 접종할 의향이 있는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예약하지 않는 학생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교육계는 예약률 공개는 무언의 압박이라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접종률 제고 여론을 위해 접종을 해야 할 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부작용으로 고생할지 부모의 걱정도 크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지난달 백신을 맞고 열이 한동안 있어 힘들었다. 당장 모의고사 등 시험을 앞둔 딸이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싶다. 상항을 지켜보다가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예약률 공개를 좋게 보는 시각도 있다. 백신을 맞을지 말지 고민하는 학생들의 경우 판단이 쉬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학생이 예약률을 보며 친구들과 다 같이 맞거나 안 맞거나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예약률 공개가 “무언의 압박이다”, “참조사항이다” 등 의견이 분분한 상태에서 일단 예약 첫날 접종하고자 하는 학생 규모는 예상치를 뛰어넘은 모습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수준의 예약률을 보였다며 앞으로 청소년 접종 예약률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청소년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 전문가들은 예약률이 높아지면 접종률도 올라가겠지만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