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씨, 의문의 ESG 성적표
[기자수첩] 엔씨, 의문의 ESG 성적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09.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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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D, 사회 B+, 지배구조 A, ESG 종합평가 B+.’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 부터 받은 ESG 등급이다. 사회부문이 양호 이상으로 그동안 엔씨를 둘러싼 잡음을 고려하면 괴리가 생긴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하는 ESG는 지속가능경영의 척도이자 잠재 리스크(위험)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는 모바일 게임시장에 진입 후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급격한 성장을 거뒀지만 질타도 많이 받았다. 돈을 많이 쓸수록 강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구조에 과금요소인 확률형 아이템을 과도하게 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확률형아이템 논란으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했다.

그럼에도 엔씨의 ESG 평가가 높았던 건 사회공헌사업 때문으로 보인다. 엔씨는 2012년 엔씨문화재단 설립 후 다양한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복지시설과 장애인 특수학교 지원을 비롯해 △보완대체의사소통 소프트웨어 개발 △MIT 과학 특별 프로그램과 스페셜올림픽 대표팀 후원 △아이들을 위한 공간 ‘프로젝토리(Projectory)’ 개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엔씨의 기부금은 총 510억원 가량으로 영업이익의 2~3%에 달한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으며 수익을 올려도 좋은 곳에 쓴다면 ESG 평가를 괜찮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엔씨는 올해 들어 수년간 적체된 유저들의 불만이 본격 표출되면서 고충을 겪고 있다. 리니지M은 지난 3월 ‘문양 롤백 사건’을 계기로 골수유저들로부터 외면 받았고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 앱마켓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올해 신작으로 내놓은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는 리니지M과 유사한 BM(비즈니스모델)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부진을 겪었다. 특히 블소2의 경우 게임 론칭 전 사전다운로드 단계부터 유저들로부터 혹평 받으며 앱마켓 평점 1점대를 기록했고 다수 유튜버들은 블소2 프로모션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연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엔씨의 주가는 최근 60만원선 이하로 내려앉았다.

사회공헌 덕에 준수했던 ESG 평가와 세간의 인식은 달랐고 결국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ESG 평가가 현실을 투영하고 잠재 리스크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선 좀 더 세부적이어야 한다. 어떻게든 벌어서 좋은 일에 쓰기 보다 기업이 얼마나 올바른 방향으로 버느냐도 중요하다.

관전포인트는 올 연말이다. 시선은 오는 11월 출시예정인 리니지W에 쏠린다. 김 대표는 그동안의 성공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그간 당연히 여겨온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전과 변화를 위해서라면 당장은 낯설고 불편해도 바꿀 건 바꾸겠다”며 “고객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엔씨가 리니지W로 ESG 평가와 대중 인식 간의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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