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6개월 계도기간이 24일로 종료되면서, 이제 본격 시행에 돌입한다. 실제 금융기관 영업일인 27일에 맞춰 준비작업이 진행돼 왔지만, 한동안 현장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당국에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강해지고 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 적용되던 '6대판매규제'(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한다.
자칫 '금소법1호'로 낙인찍힐까 각 영역마다 대책을 분주히 준비해 왔다. 은행들은 금융소비자그룹 혹은 보호본부를 구성(우리은행 61명, 신한은행 116명 등)했고, 손해·생명보험협회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핀테크부문은 금소법 위반 우려가 제기되면서 당국 해석에 맞춰 문제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 등이 '광고 아닌 중개'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를 잠정 중단했다.
해석 하나에 들썩이는 상황이다 보니,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제시해 주거나 면책 가능성을 한층 명확히 해 주면 좋겠다는 주문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26일 "많은 인원을 투입해 준비했지만, 핵심설명서 표준안도 사실상 계도기간 만료 전 가까스로 준비된 게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당국은 지난 7월에 이미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바 있다. 여기에 상품설명서 작성에 대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금융사들이 상품의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해 핵심설명서를 자율적으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 상세화는 민감한 문제다. 자칫 금소법이라는 새 제도를 만든 취지와 달리 금융사들이 빠져 나갈 구멍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높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가이드라인 세부화를 전혀 도외시할 일은 아니다. 금융사들의 이익보장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예측가능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6일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는 "세부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 명예교수는 금소법제정 단계에서부터 '적합성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초점을 맞춰 왔다. 이채진 홍익대 법대 교수도 지난 봄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고난도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보호' 논문에서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상품 개념을 좀 더 상세히 다듬어 금융회사들이 고난도상품 해당 여부를 더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줄 필요도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전 산업은행 법제조사팀장) 역시 26일 "금소법의 전체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금융권에 책임과 규제를 키우는 문제는 시행 후 지켜 보면서 조절할 문제"라고 말해 가이드라인 제시 등 적절한 안배 필요를 짚었다.
결국 당국이 업계의 자율적 노력만 강조할 게 아니고, 가이드라인 구체화에 동참해 주는 협업이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당국도 앞으로 가이드라인의 적시성·실효성 확보를 위해 상시 보완체계를 구축하는 안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실현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