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격리자 위한 흡연시설 필요하다
[기자수첩] 격리자 위한 흡연시설 필요하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9.2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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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 요즘 자가격리 중 담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통상 자가격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자를 밀접 접촉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자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로 줄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머물며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을 말한다.

경증으로 감염됐지만 치료할 병실이 부족해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자도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는다. 격리기간은 2주로 이 기간 격리자는 바깥 외출을 금지해야 한다.

자가격리제가 도입된 초기에는 격리자가 격리 중 자택을 무단이탈해 적발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산책을 나가거나 이웃집, 찜질방, 편의점을 가는 등 개인 생활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무단이탈 과정에서 타인과 접촉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자가격리 조치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 것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강한 처벌을 내리는 법을 만들어 적용했다.

법이 강화되고 코로나19 확산을 경계하는 시민 의식 수준이 높아지며 격리 중 무단이탈 사례는 차츰 줄었다.

대신 담배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자택에서 격리를 하는 상황에서보다 지자체에서 별도로 지정해 운영 중인 시설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내리고 있다. 

입국 후 자택에서 격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국내 거소지가 없는 내국인 입국자, 자가격리 대상자이나 격리할 장소가 없는 자, 거주지가 있지만 다른 가족과 분리된 생활을 할 수 없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어 집 격리가 마땅치 않은 자 등은 지자체가 별도 운영 중인 호텔, 원룸 등에서 격리할 수 있다. 입국한 외국인도 시설격리가 가능하다.

시설은 자택보다 익숙한 곳이 아니므로 아무래도 격리 생활이 더 불편할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종일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것은 지겹기 짝이 없을 테다. 창문 너머의 풍경이 신기루라며 호들갑을 떨어봐도 밀려오는 지루함을 떨칠 수 없다.

흡연자의 경우는 더하다. 갑갑한데다 남는 게 시간인 상황에 담배가 생각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호텔이나 원룸 같은 낯선 곳에서의 담배 맛은 또 얼마나 좋았던가. 거기에 기름진 음식이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담배 피우지 않고서는 정신병에 걸릴 거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탓인지 요즘 시설에서 격리 중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늘어 경비에 애를 먹고 있다는 말이 돈다. 외국인들은 잘 못 하다간 추방을 당하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고 한국인들이 그렇게 난리란다.

이런 시설들은 공용으로 비흡연이 원칙이다. 그러나 격리 중 도망가거나 담배 유혹을 참지 못해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있으니 이 또한 문제로 부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담배 피울 사람은 어떻게든 피운다. 이로 인해 비흡연자들은 피해를 본다. 늘어나는 담배 민원에 공권력까지 투입되는 현실이다.

현재 격리 중 흡연에 대한 별다른 룰은 없는 상태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격리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흡연 규칙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