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 대출 중심 '대출관행', 변화 절실
[기자수첩] 주택 대출 중심 '대출관행', 변화 절실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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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50%를 넘는다. 지난 8일 예금보험공사의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 보고서는 금년 상반기 가계부채의 구성 중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이 52.51%(948조2533억원)라고 밝혔다. 기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규모가 41.92%(757조14억원)인데, 더 세부적으로 신용대출 규모만 추려 보면 약 280조원이다.

신용대출 중에서도 부동산 문제로 흘러간 부분도 상당할 것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사용이나 내구재 소비 관련 판매신용은 대단히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주택가격을 소득분위별로 나눈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지수만 봐도 집값 문제는 심각하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에서 중간 수준 주택의 가격을 중위 가구 소득으로 나눈 PIR 지수는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인 18.5까지 상승했다. 18년 넘게 꼬박 저금해야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5년 전부터 이런 경고는 계속돼 왔다. 2007년 초반 전국 평균 PIR은 4.9배로 글로벌 적정 수준값인 3~5배 범위였으나 이미 서울 지역 PIR은 10.1, 강남 아파트를 따지면 PIR이 12.9을 기록했다.

부동산을 보고 가계대출을 내준다는 것은 은행권이 충분한 담보를 잡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는 가정에서는 안정적 미래소득에 기반한 대출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부채인 판매신용 대신 비생산적인 자산을 중심으로 부채를 키운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가격 붕괴 우려도 고심해야 한다. 일본 버블(1985~1990년)과 그 이후 붕괴 상황을 보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50%까지도 급락했다. 버블 붕괴를 겪은 일본과 우리는 다르다고 자신할 근거도 별로 없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등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2.3%선으로 보는 상황이다.

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양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놓칠 수 있지 않을까?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다. 건전한 부채까지 죄악시하는 현재 관리 방식은 문제가 있다. 

맞춤형 정책금융을 마련해 상환능력이 떨어진 '한계차주'를 연착륙시키는 것이나, 부동산 관련 자금을 신용대출로 눈속임해 받아 쓰는 문제 등을 감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국의 과제다. 은행권에는 건전한 신용대출 발굴만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신선하고 참신한 대출 수요 발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