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기조연설… "남북미중 모여 '전쟁종료' 함께 선언하길"
美 바이든 "지속적인 외교 모색" 원론적 입장… 中은 언급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들었다. 그러나 당사국들의 반응이 '미지근' 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의 상황을 감안해 당장 새로운 제안을 꺼내기보다는 임기 안에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고 국제사회 동참을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규정하는 다소 원론적인 언급에 그친 반면 올해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며 훨씬 구체적으로 종전선언 제안을 했다.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 단위 협상의 '보텀업' 방식에만 기대면서 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을 살려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최근 엄중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북한이나 미국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막는 데 전념할 것이고 이란이 핵합의를 완전히 준수할 경우 미국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면서 "비슷하게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을 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제적 약속을 거론하며 "계획 실행을 위한 구체적 진전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실용적 대북 외교'를 재확인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만을 표명한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순항,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며 우리 측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올해가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 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과감한 제안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이번 총회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일반 토의 마지막 날인 27일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의 연설이 예정 돼있는데, 이때 1차적인 북한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