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10곳 중 한 곳 남나…5개 업체만 신고서 제출
가상자산 거래소 10곳 중 한 곳 남나…5개 업체만 신고서 제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9.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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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코인 투자자들 손실 우려…"피해금액 3조원 이상 예상"
미국 등 주요국은 제도권 편입 노력하는데 한·중만 규제 일변도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마감일인 24일이 닥쳤지만, 아직도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플라이빗 등 5개 가상자산 거래소만이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거래소 중 신고서를 제출한 곳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가총액이 낮은 '마이너 코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가상자산 산업 자체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신고서 접수를 완료한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소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플라이빗 등 5개사다. 이 중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 뿐이며, 원화거래를 계속 이어가는 거래소는 4대 거래소에 그친다. 플라이빗은 원화 대신 코인으로만 거래한다. 

또 현재까지 파악된 국내 거래소 약 66개 가운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얻은 29개를 뺀 나머지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ISMS 인증을 받았지만 실명계좌가 없어 사업자 신고를 받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일단 코인마켓만 운영하다가 나중에 실명계좌를 받은 뒤 변경신고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인 마켓만 운영할 경우 실명 계좌를 받기 전까진 신규 자금 입금과 원화 출금이 제한되기 때문에, 해당 거래소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투자자별 가상자산 운용계획에 따라서 코인마켓에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상자산 거래에서 원화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99.9%에 달할 정도로 원화거래 가능 여부는 절대적"이라며 "원화거래를 못하게 된다면 거래소로써의 효용성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직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마지막 날까지 신고를 완료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신고를 완료하지 못한 한 중견 거래소 관계자는 "24일 이후에도 실명계좌 확보에 따른 변경신고는 가능하지만, 코인마켓만 운영하게 될 경우 투자자 유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일단은 신고 기한 내에 실명계좌를 받아서 원화마켓까지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으며, 변경신고는 차후에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거래소가 일부에 그치면 시가총액이 낮은 마이너 코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필연적으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 후 예상 김치코인 피해규모. (자료=한국핀테크학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 후 예상되는 '김치코인' 피해규모. (자료=한국핀테크학회)

한국핀테크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곳과 인증을 신청한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가운데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코인은 159개다. 이들 중 원화거래 비중이 80% 이상인 코인이 112개인데, 현재 원화마켓을 지원하는 4대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70개를 제외하면 42개 코인이 남는다. 만약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가 4곳에 그치게 된다면, 이들 코인의 시가총액 3조원이 피해 금액이 될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사업자 신고 마감일까지 일부 거래소 밖에 신고수리를 받지 못한다면 마이너 코인들은 거래량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코인이 상장되면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좋은데, 이번을 계기로 다수 코인이 상장 폐지되게 된다면 시장 자체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에서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로 코인을 옮긴다고 하더라도 거래 수수료와 출금 수수료 등 투자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이 커지고, 신고서를 제출한 거래소를 제외한 마이너 코인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메이저 코인으로 바꾼 후 옮겨야 하기 때문에 본래 투자액 대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과 같이 신고 거래소를 늘리는 등 가사자산 제도권 편입을 더욱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2017년 일본 금융청이 거래소 16곳을 신고 수리한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수의 거래소 신고를 수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거래소들이 대거 줄폐업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도 "미국은 나스닥에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상장했고, 캐나다는 비트코인 ETF가 출시됐을 정도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중국만이 가상자산 산업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현재 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플라이빗 등 5개 거래소와 가상자산 수탁사업자 한국디지털에셋(KODA) 등 모두 6개사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