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 통합 유통법인 11월 출범 유력…노조 파업 긴급 철회
[단독] 농협 통합 유통법인 11월 출범 유력…노조 파업 긴급 철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9.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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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회장 '농축산물 유통혁신' 일환…농협유통 주축 자회사 4곳 통합
축·수산물 구매권 존치 절충안, 구조조정 없고 신사업 역량 집중 기대
하나로유통, 인적분할 통해 경제지주 흡수합병 '공공유통 판매회사' 운영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

농협이 농축산물 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통합 유통법인은 11월1일 출범이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유통법인 대상은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인 농협유통과 농협대전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4곳이다. 또 다른 자회사이자 가장 덩치가 큰 농협하나로유통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농협경제지주에 흡수 합병된다. 

통합 유통법인 대상 자회사 4곳 노동조합은 농협의 이 같은 통합 결정에 추석 전인 16일부터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가 앞서 14일 긴급 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 본지를 통해 “노조와 협상해 통합법인 추진과정을 원활하게 이어갈 것”이라면서 “하나로유통은 공공유통 중심의 판매회사로 운영하는 대신 노조가 우려했던 축·수산물 구매권은 통합 유통법인에 존치시켜 손익에 영향을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농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유통과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농협경제지주 유통 자회사 4곳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통합 유통법인 안건을 의결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에도 발표됐다. 농협유통이 충북유통과 대전유통, 부산경남유통을 흡수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4곳의 농협 유통자회사 합병기일은 11월1일, 합병등기예정일은 11월2일이다. 

농협유통은 공시에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4개 유통회사 합병으로 관리조직과 인력의 중복 업무·비용을 제거해 경영효율성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4곳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농협유통 1조2376억원, 농협충북유통 1716억원, 농협대전유통 1758억원, 농협부산경남유통 1402억원이다. 

농협 관계자는 “(합병기일인) 11월1일 통합 유통법인 출범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출범일이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농협의 통합 유통법인은 최원병 전 회장 때인 2009년부터 검토돼 왔다. 여러 유통계열사를 하나의 유통사로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조직 인력 재배치와 각기 다른 근로조건·급여 등의 이유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후 직전인 김병원 전 회장 당시 하나로유통을 핵심 축으로 나머지 4곳의 자회사를 판매 중심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이 또한 유통 자회사들의 노조 반발로 여의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월말 취임한 이성희 회장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줄곧 강조하면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농협의 통합 유통법인도 이 회장이 강조한 농축산물 유통개혁 사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농협경제지주는 이를 위해 지역 농협들이 보유한 농협 충북유통·대전유통 등의 지분 인수를 마치는 등 유통 자회사 5곳 지분을 100% 보유한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유통 자회사의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 농협경제지주를 중심으로 일관된 소매유통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통합법인 설립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며 “4개사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투자가 많이 요구되는 온라인 사업 등 신사업 대응을 위한 조직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복조직 인력의 경우 사업 확대가 필요한 부문에 전환·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하나로유통도 통합법인 대상이었지만 농협경제지주에 생활물자·온라인·농축협마트·마케팅 등 주요 사업의 인적분할 방식으로 흡수 합병된다. 농협하나로유통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3조3344억원으로 유통 자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농협하나로유통의 경우 가공식품·생필품 구매권을 가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산물 구매권을, 농협유통은 축·수산물 구매권을 보유했다. 농협은 당초 통합 유통법인 구축 시 경제지주가 구매권을 일괄 가져가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통합법인은 판매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었다. 

농협하나로마트 CI. [제공=농협]
농협하나로마트 CI. [제공=농협]

하지만 4곳의 유통 자회사 노조들은 농협하나로유통 통합을 요구했다. 하나로유통이 통합에서 빠지면 판매권만 가진 통합 유통법인의 구매 경쟁력을 상실해 적자경영은 물론 지역농가 피해까지 우려된단 주장을 내세웠다. 

농협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통합 유통법인에 농협유통이 가진 축·수산물 구매권을 그대로 존치시키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통합 유통법인은 지역 농·축협, 지역상권과의 상생협력을 강화해 일반 유통업체에 대응하고, 경제지주에 합병되는 하나로유통은 앞으로 ‘공공유형 유통센터’ 중심의 판매회사로 운영하겠단 구상이다. 

공공유형 유통센터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관리 및 운영조례’에 의거해 지자체로부터 관리운영을 위탁받은 종합유통센터를 뜻한다. 현재 경기도 성남과 고양 등 7개소가 운영 중이다.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지역 농수산물의 도매기능을 핵심으로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저렴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일례로 고양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고양시가 국·도비를 지원 받아 조성한 것으로 농협이 지난 2001년부터 장기위탁 운영 중이다. 

농협 관계자는 “하나로유통은 경제지주와의 사업연계를 강화해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농산물 판매 확대 등 농협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통합 유통법인은 축·수산물 구매권 존치로 손익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며 “경제지주는 유통 자회사 4곳의 통합 이후 재무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개선안을 검토하는 등 노조와 긴밀히 협의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파업을 전면 철회한 농협유통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농업경제대표 이사와 면담 결과 자체구매권을 포함한 통합구매 제도개선 협의체 신설, 통합자회사 지원방안 실행 약속(현물출자·통합구매 수수료 인하 등), 양재점 다운사이징(규모 축소), 경제지주와 농유노련 4개 노조 공식 통합 관련 협의체 신설 등에 합의했다”며 “앞으로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16일부터 예정된 제1차 집중 파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