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테이퍼링, 이번엔 불가능
ECB 테이퍼링, 이번엔 불가능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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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차단 PEPP 축소, 관광서비스 활성화 후 가능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기초체력 강화 장기 과제 부각돼
유럽중앙은행(ECB) 전경. (자료=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ECB) 전경. (자료=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 축소를 발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매입 기조를 보여 왔다. 내년 3월 종료될 예정인 PEPP의 전체 규모는 총 1조8500억유로(약 2조1900억달러, 약 237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테이퍼링을 시작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6일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를 괴롭힌다' 제하의 기사에서 "ECB가 이번 주, 부양책을 완화해야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10년 만에 최고조에 달한 인플레이션 수준, 높은 백신 접종률 등이 모두 매입 규모의 하향 전환(축소)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6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의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에서도 최근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감지됐고, 일부 ECB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지속되면서 ECB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로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로 1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리오 몬티 전 이탈리아 총리는 4일 CNBC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 경제 회복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공급망 문제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서 "완화적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이 더 큰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고로 미국 역시 임금을 올려도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을 겪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3일 이런 이유를 바탕으로, 공급 측면에서 생긴 문제가 성장을 제약하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을 바라보는 유럽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복합된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단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7일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ECB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물가 폭등 전에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단행은 선제적 대응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조치의 부작용을 극복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기저 질환 상태인 유럽에서 노동시장 개혁 없이 금리 인상 등을 당장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은 넘어가더라도 10월 이후에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관광 등 서비스업 활성화가 10월 이후에 가능하다는 점을 종합고려한 판단이다.

PEPP가 지나치게 확장된 조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체질 개선이 아닌 당장의 효과에 너무 매몰돼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PEPP는 기존의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더해진 별개의 조처다. 월간 평균 매입액만 800억유로이고, APP 대상에서 제외가 된 국채와 회사채 등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삼았다. 신용등급이 낮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그리스 국채도 들어갔고 비금융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도 포함됐다. 본질적 치료가 아닌 증세 완화에만 너무 매달린 '대증요법'이라는 지적이다.

정무섭 동아대 무역학과 교수는 "모르핀 맞는 것으로만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유럽 경제의 기본적 체질 강화가 없는 한 양적 완화 효과가 반감된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당연히 할 때"로 사실상 빠른 단행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다만 몬티 전 총리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언에 대해서는 "글로벌 밸류체인 관점에서는 당연히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부가가치가 더 크다"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