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전청약 올인한 정부…커지는 전세난 우려
[기자수첩] 사전청약 올인한 정부…커지는 전세난 우려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9.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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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전청약을 통한 집값 안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사전청약 흥행에 힘입어 오는 2024년까지 사전청약을 통한 주택 공급물량을 10만1000호 더 늘리기로 했다. 사전청약으로 매매수요를 흡수해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주택 매매시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이 실제 공급까지 최소 5년은 걸리는 만큼, 전세 시장에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실제 입주까지 장기간 전세수요로 남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전세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7월26일 기준 0.28%를 기록해 2015년 4월20일(0.30%) 이후 6년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도 0.25% 상승률을 보이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수급동향 역시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뚜렷한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전세수급지수는 2019년 4월 100.9로 기준선인 100을 넘긴 후 작년 10월에는 194.0까지 치솟으며, 2013년 9월(195.0)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달도 179.1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기면 공급부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임대차법을 통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여파도 앞으로 전세시장의 주요 불안요소 중 하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한 2+2년 계약은 내년 하반기부터 만료되기 시작한다. 집주인들은 새로운 계약에 지난 2년치 임대료 상승분과 앞으로 4년치 임대료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전세난 속에 임차인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계약 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도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머물게 되면서다.

결국 전세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전청약 흥행에 고무돼 이를 통한 매매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전세시장의 불안요소는 계속 쌓이며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두 달 전에 비해 11.4% 늘었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백지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공급확대에 도움이 된 것이다.

점차 심화되는 전세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이나 전월세상한제 개선 등 공급 확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