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권 망쳤다"… 뭇매 맞는 정홍원 '역선택 방지조항' 부심
"朴정권 망쳤다"… 뭇매 맞는 정홍원 '역선택 방지조항' 부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8.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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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이미 트랙 도는데… 바뀐 심판이 특정주자 위해 규칙 바꿔"
劉 "윤석열 위한 룰 만들어 정권교체 실패하면 책임져야" 압박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대통령 선거 경선 여론조사에서의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일부 대권주자가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 여론 50%, 당원 의견 50%를 반영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은 31일 "1500미터 경주에서 이미 트랙을 한 바퀴 돌았는데, 경선 규칙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갑자기 바뀐 심판이 특정주자를 위해 경기 규칙을 바꾸겠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정 위원장을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는 경선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이적 행위"라며 "박근혜 정권을 망치고도 반성 없이 당까지 망치려고 시도한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정 위원장을 향해 "오직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을 위한 경선 룰을 만들려고 한다"며 "'제2의 이한구'가 되려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전 의원은 이른바 '비박계 공천 학살'로 내홍을 불렀고, 당시 새누리당 참패 요인으로 지목을 받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불과 5년 전 총선에서 180석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 치던 우리 당은 겨우 122석을 얻고, 기호 1번을 민주당에 빼앗겼다"며 "패배의 이유는 단 하나, 청와대의 지시대로 공천전횡을 일삼던 이 전 위원장 때문이었다"고 복기시켰다.

유 전 의원은 재차 "오직 윤 전 총장만을 위한 불공정한 경선 룰을 만들어 경선판을 깨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책임은 정 위원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위한 불공정한 룰을 만들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역선택'은 반대 정당 지지층이 상대 정당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해 추후 본선에서 자신의 정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밀어주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당 후보와 본선에서 붙었을 때 약체라고 판단한 후보를 전략적으로 고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 선출을 3단계로 진행한다. 1차 예비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 100%를 반영해 다음달 15일 12명의 후보를 8명으로 추린다. 오는 10월 8일 2차 예선에선 국민 여론조사 70%와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해 4명으로 추린다. 이후 11월 5일 국민 여론조사 50%와 선거인단 투표 50%를 반영해 마지막 1인을 본선에 올릴 예정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없는데, 지금까지 보수권에선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용한 적이 없다. 역선택 방지조항 논란의 시발점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었는데, 김 최고위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선거인단 신청을 완료했다"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이 간다"고 표명했다가 여당과 그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여권에서의 역선택 폐해 우려가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것이다.

현재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찬성하는 대표적 주자는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고의적 여론조사 왜곡으로 약체 후보가 선출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개방 경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홍 의원은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유 전 의원은 "상대측 유권자 마음도 잡는 게 선거이고, 우리끼리의 고립된 선거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주자들이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범보수권에서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 25.9%, 홍 의원 21.7%, 유 전 의원 12.1% 등이다. (지난 27~28일 전국 성인 1015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7.0%, TBS 의뢰,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이 가운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2.2%, 여당 지지층에서 4.2%의 선택을 받았다. 보수층의 지지세가 두텁다는 걸 방증하는데, 이같은 수치를 감안하면 윤 전 총장은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반대로 반대로 홍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8.3%, 민주당 지지층에서 26.4%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20∼40대와 광주·전라, 진보층에서 윤 전 총장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홍 의원은 개방적 여론조사가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여론조사 참여자 일부가 역선택했다는 걸 완전 배제할 순 없지만, 홍 의원은 "호남 공약도 세우고 호남의 우리 당 거부 정서를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도로 바꾸면서 지지율이 올라가니 이젠 역선택 운운하며 경선 여론조사에서 호남을 제외하자고 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며 "호남에서 지지가 올라간다고 역선택을 운운한다면 그간 당이 실시한 '호남 동행' 운운은 전부 거짓된 행동이었느냐"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대권주자 하태경 의원은 경선 1·2차 컷오프(배제) 심사 모두에서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 50%를 반영하자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 의원은 이날 "본격적으로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경선 룰 문제 때문에 파국 위기에 처한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당심을 더 반영하는 룰이긴 하지만,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절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