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학의 본질
[기고] 철학의 본질
  • 신아일보
  • 승인 2021.08.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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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 불교 중앙 박물관장・중앙 승가대학교 출강

 

 

세상에는 괴짜들이 많다. 특히 어느 분야에서 보다도 철학사에서 만나지는 철인들 가운데 가장 별나고 괴짜로 손꼽히는 인물을 꼽으라면 견유학파(犬儒學派) 디오게네스와 시간 강박증이 있었던 칸트가 아닐까?

먼저 칸트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자면, 칸트는 오랜 연애를 했음에도 상대 여성에게 쉽게 청혼을 하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여자가 먼저 청혼을 했는데도 칸트는 결혼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야 한다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 칸트가 결혼을 하면 좋은 이유, 안 좋은 이유를 철저히 계산을 해 보니 결혼을 하면 좋은 이유가 4개 더 나왔고 결국은 청혼을 하기 위해 여자 집 문을 두드렸더니 여자의 아버지가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딸은 이미 결혼했고, 애가 둘이나 있네" 칸트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조사와 계산을 7년간이나 했다는 사실을 조급한 현대인들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럼 디오게네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디오게네스는 어렸을 때부터 특이하고 별난 사람으로 유명했다. 당시 디오게네스 아버지는 화폐 주조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디오게네스는 멀쩡한 화폐를 못 쓰도록 고의로 훼손했다. 이 일로 인하여 결국 디오게네스는 고향에서 추방당했고 그는 그리스로 건너가서 자발적으로 가난을 벗하여 살았다.

그의 가난함은 정도가 지나쳤는데, 정말 가진 것이 없었으며 입을 옷도 단 한 벌 밖에 없어서 결국 누더기가 될 정도였다. 도저히 어느 누구도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궁극의 미니멀리스트', 그는 그렇게 자발적 가난을 지향했다.

젊은 청춘들이 미래의 희망이 '부자'이고, '창조주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요즘 무소유 어쩌고 하면 돌팔매질을 당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부자가 되는 삶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디오게네스다.

칸트나 디오게네스 같은 이들이 괴짜처럼 산 이유는 철학적인 깨우침 때문이었다. 세상 사람이 탐욕과 물욕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철인들이 주는 철학적인 깨우침만은 가슴에 새겨 둘 일이다.

어느 날은 디오게네스가 두 손으로 샘물을 마시는 어린 아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물그릇도 없이 물을 마시는 아이의 현명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물을 마시는데도 그릇은 필요 없는데 다른 것들은 더욱 불필요하다고 느낀 디오게네스는 자신이 유일하게 지니고 있던 그릇마저 버리고 말았다.

그는 정말 가진 것이 없었다. 미국 시민권자이며 하버드를 나왔다는 혜민이 말하던 무소유를 철저하게 실천한 인물이었다. 남산 타워가 보이는 뷰를 자랑하는 근사한고 멋진 집도 당연히 없었던 디오게네스가 좁은 항아리에서 낮에는 일광욕을 즐기고 밤에는 잠을 잔다는 놀라운 소문이 그리스 방방곡곡으로 퍼지자 하루는 알렉산드리아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오게 된다.

세계를 제패한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디오게네스, 그대의 용기 있는 삶에 대한 보상을 해줄 테니 무엇이든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하시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말했다. "네, 폐하. 저를 위해 해주실 게 있습니다. 제발 해를 가리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주십시오"

디오게네스의 일화는 '부'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돈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물론 재물이 무조건적인 행복을 보장한다고 볼 수도 없지만 살아가면서 돈의 가치를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디오게네스처럼 가지지 않아도 '행복한 거지'와 돈은 많아도 '불행한 부자',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할까? 못난 필자도 물질의 유혹에서 늘 번민해 오고 있다.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인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철학의 본질은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탄탄스님 불교 중앙 박물관장·중앙 승가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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