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젠 특별사면 차례…'경제'에 눌린 '촛불'
[기자수첩] 이젠 특별사면 차례…'경제'에 눌린 '촛불'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8.20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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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이 5가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사면을 제외한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에 오른 만큼 단호해 보였다.

그런데 지난 13일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뇌물을 건넨 혐의로 수감된 인사다. 촛불을 등장 시킨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문 대통령이 꼬집은 5대 중대 부패 범죄인 ‘뇌물 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풀려났다. 배경은 경제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물론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가석방이다. 가석방은 거주지 이전 또는 해외 출장시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생긴다.

이왕 경제상황을 고려하고 이 부회장에게 코로나19 백신 특사 역할을 기대했다면 ‘가석방’이 아닌 ‘특별사면’을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가석방을 선택한 이유는 ‘약속’ 때문으로 보인다. 사면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결국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석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석방은 법무부가 결정한 만큼 법에 의한 결정이라는 핑계가 만들어진다.

물론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선 재계 1위 총수 이 부회장은 분명히 필요하다. 문 대통령도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공장에 대한 통큰 투자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백신 역할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청와대는 국민과의 약속도 지키면서 경제까지 살려보려고 한 것일까?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했다.

경제계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는 경제활동에 제약이 된다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촛불정신을 훼손시켰다며 청와대를 맹비난 중이다. 신뢰도 대추락이다.

이미 문 대통령은 과기정통부 장관 임명 시 자신이 약속한 장관 7대 배제원칙(병역기피, 불법재산증식,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범죄, 음주운전)을 깨면서까지 강행, 신뢰도를 깨뜨린 바 있다.

원칙은 한 번 깨지면 도미노처럼 쉽게 무너질 확률이 크다. 가석방이란 꼼수로 약속을 지켰다지만 과연 5대 중대 부패 범죄 사면은 지킬수 있을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계는 물론 국민적 여론까지 ‘백신 역할론’ 이유로 다시 한 번 이 부회장 특별사면 목소리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때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차라리 이 부회장이 필요한 엄중한 경제상황으로 사면을 한다고 결정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반대로 경제상황이 엄중하지만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이란 이유로 아예 제외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촛불 민심으로 출발한 이 정부마저 신뢰도가 추락하는 모습이다. 묻고 싶다. 청와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마냥 표심만 생각한 채 갈팡질팡 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안된다. 경제성장이 걱정된다면 신뢰도부터 쌓길 바란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