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평가의 새로운 흐름, 'ROESG'
[기고] ESG 평가의 새로운 흐름, 'ROESG'
  • 신아일보
  • 승인 2021.08.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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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3월 글로벌 식품회사 다농의 CEO가 갑자기 물러났다. 2014년부터 ESG 경영으로 다농을 이끌었던 엠마누엘 파베르의 퇴진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다농은 일찍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창립자였던 앙투안 리부드는 1972년 10월 25일 "마르세유 연설"에서 “냉철한 머리와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기에 그의 퇴진은 뜻밖이었다.

문제는 단기 재무적 성과였다. 다농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면서 유제품과 생수판매 부진이 거듭됐고 경쟁사에 비해 주가의 하락폭도 컸다. 10억유로의 비용 절감을 위해 2000명을 감원했고 다양한 방안으로 재무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환경, 협력사, 사회 전반을 배려하는 ESG 경영보다 단기적 재무성과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CEO의 사퇴를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영업실적 저하와 거버넌스 문제(회장과 CEO직 동시보유)로 그는 물러났다. ESG 열풍에 탐탁찮아 했던 호사가들은 재무적 성과보다 ESG활동에 전념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 했다.

일련의 사태는 ESG 경영평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재 ESG를 강화해 지속가능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해도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 현실은 재무성과를 여전히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 ESG 중요성이 언급되곤 있지만 탄소세 등 규제를 피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조금 더 좋게 하는 수준에 머문 셈이다. 하지만 다농 CEO의 ESG 강화가 전혀 의미가 없는 행위였을까.

이 주제와 관련해 2014년 히토츠바시 대학의 이토 쿠니오교수가 개발한 ROESG는 흥미롭다. 이 모델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 생산성(ROE)이 우선해야 하지만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ESG)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재무 정보와 지속성장을 위한 비재무 정보의 결합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ROESG는 2014년 8월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이토 리포트’에 처음 공개되자 곧바로 각광을 받았다. 종래 기업평가는 ROE만을 중시해 왔지만 친환경 기업이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대안을 찾고 있던 기업과 평가기관들은 환호했다. ROESG를 시작으로 일본에서는 환경이나 노동문제 등 사회의 요구에 둔감한 기업은 고객과 인재, 나아가 투자 유치가 힘들게 되었고, ESG와 ROE 양쪽 지표를 조화롭게 올려야 기업의 성장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일본경제신문은 2019년 처음으로 주식 시가총액 및 자기자본비율, 평가 대상기업을 글로벌기업에서 추출해 ROSEG 랭킹을 공표했다. 대상기업은 시가총액 300억달러 이상, 자기자본비율 20% 이상의 263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금년 3월에 발표한 두 번째 평가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와 일본기업을 구분하고 있으며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 노르딕스가 1위에 올랐다.

ROE와 ESG를 동시에 고려한 ROESG는 기업 평가에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ESG평가를 잘 받은 기업이라고 해서 재무적 성과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ROE가 높아도 ESG 평가가 낮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은 물론 ESG투자자들에게 저평가 받게 될 것이다. 최근 ESG평가에서 환경과 사회문제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다농 사례에서 보듯 투명한 지배구조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재무적 실적과 비재무적 성과의 양립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는 재무적 성과와 대립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려워도 함께 추구해야 새로운 시대적 가치라고 하겠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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