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거를 잊은 제1야당의 반복
[기자수첩] 과거를 잊은 제1야당의 반복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8.19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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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제1야당이 이유를 알 수 없는 꼴사나운 추태를 드러내고 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당대표와 최고위원, 힘 빠진 경선준비위원회, 토론을 피하려는 유력 대권주자까지 민심을 거절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비친다. 최근에는 녹취록 공개와 통화내용 폭로 등 영화에서나 나올 구질구질한 상황도 현실로 구현해주고 있다.

나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하겠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대 지지율을 들고 오기를 부리다 스스로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이 때문에 4·7 재·보궐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분개해 야당에 표를 몰아줬던 국민 성원은 곧 실망감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경제 대국 10위 국가의 정치 수준이 보는 이로 하여금 민망한 추태를 보이면서 결국 정치권이 스스로 대선판을 하향평준화 길로 유도하는 꼴이 됐다.

과거를 잊은 이는 그 과거를 반복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4년 4개월, 제1야당이 다시 새누리당 때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당내 불화와 계파 싸움, 쪼잔한 말 다툼에 찍을 후보가 안 보인다. 경선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운전대를 두고 싸우면서 이대로면 진보 진영에 '합법적 독주' 권한을 내주는 상황을 연출할 공산도 커졌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말했다. 교만하게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설령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금 상황이 연출된다면 민심은 마지못해 찍어준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선거 때마다 정치 거물들 입에서 나오는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다'라는 부끄러운 발언은 이 때문에 나온다.

폭군이 물러나면 국민은 희열을 느끼겠지만, 순교자가 물러나면 그의 정신이 국민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무능한 폭군으로 남을지, 후에도 국민의 기억에 남을지 여부는 공당 스스로에게 달렸다.

일부 구태 정치인이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 설령 위기를 이겨내는 카타르시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면 위기 속으로 스스로 빠지지 말라. 코로나19와 정부의 통제, 민생·경제 악화, 내 집도 못 사는 현실 속에서 국민은 더이상 그런 것에 감동을 받지 않는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눈을 뜨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갈등을 봉합하라. 국민과 당원이 밀어준 리더를 따르라. 멋진 정치를 보여줘라.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