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모호한 중재안으로 '일단 진화'… 불화 뇌관 여전
국민의힘, 모호한 중재안으로 '일단 진화'… 불화 뇌관 여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8.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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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토론회 두 번 안 하고… 25일 발표회만
침묵하던 尹 측 "해법 제시하는 토론돼야" 훈수
주자들, 대부분 최고위 수용… 尹엔 "사퇴해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8일 예정한 정책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정견발표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중재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당 수뇌부와 경선준비위원회, 대선 주자 간 불화의 뇌관은 여전히 남은 실정이다.

임승호 당 대변인은 17일 최고위원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경준위가 기존 기획한 18·25일 토론회는 김기현 원내대표 중재안에 따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 진행하기로 했다"며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출범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같은 방안은 최고위원 전체가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에서도 신경전을 벌이던 최고위는 계파 싸움과 야권 통합 무산에 따른 당 내홍이 도를 넘을 양상을 보이자, 이날 회의에선 급히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준석 대표는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고, 다른 최고위원은 당내 잡음을 공개 사과하거나 갈등이 금명간 봉합될 것이라며 달래기에 들어갔다.

당장 급한 불은 끈 분위기지만,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와 이 대표에 대한 통솔력 부재 비판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현재 경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에게 선관위원장까지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결국 이날 최고위에선 선관위 구성에 합의하면서도 정작 이를 이끌 위원장 내정엔 실패했다.

불협화음도 심화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를 "긴장 관계"라고 평가하면서 "이 대표가 경선 공정성을 상당히 흔드는 언행을 했다"고 녹취록 사건을 부각했다. 김 최고위원이 거론한 사건은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나아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 결렬을 선언한 것을 두고도 "결국 같이 가야 하고, 대우해야 하는데 괜히 솟값 쳐주겠단 식으로 비하하며 협상에 나선 건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이 대표는 비난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의 경우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어마무시하게 키워주고 있다"며 "다른 후보 이름은 언론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는데, 이 대표도 자제해야 하고,윤 전 총장 캠프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윤 전 총장 개인으로 보면 이 대표가 굉장히 필요하고, 이 대표도 앞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이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이 필요한 것"이라고 제언했다.

토론회가 미뤄지거나 부재할수록 윤 전 총장에 유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전 총장 측은 일단 이번 최고위 결정 후에야 "국민과의 대화를 기초로 한 당내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며,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위한 후보의 구상도 가감없이 보여드릴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되려 "국민의힘의 경선과 토론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국민께 희망을 제시하는 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에서 청년 일자리, 밥상 물가에 이르기까지 국민 삶에 직결되는 문제를 어떻게 바꿔 갈지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국민과의 대화가 돼야 한다"고 훈수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이런 국민적 기대와 달리 일부 후보의 (경선) 과열 양상이 깊어지고, 특정인과 관련된 소란스러운 잡음이 건전한 경선 분위기를 방해한다는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런 상황은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뜻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반대 진영에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내세웠다.

다른 주자는 대부분 최고위 결정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는 낮추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홍준표 의원은 "당 방침을 따를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후보로 나설 사람들이 토론을 회피하거나 기피하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앞서 대선 출마 선언 때는 "20여년 동안 검찰 사무만 한 사람이 날치기 공부를 한다고 해서 (대통령) 임무를 맡을 수 있겠느냐"며 "토론을 겁내고 안 하려고 하면서 무슨 대선 후보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겁이 나면 지금 드롭(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지금 일부 후보가 말만 하면 실수하고, 또 캠프에서 변명하고 감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최대한 감추고 싶은 것 아닌가"라며 "토론이 그렇게 겁나고 토론도 못 할 후보라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고 오든지, 아니면 (대선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