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공항 필사적 탈출행렬, 사망자 발생
아프간 카불공항 필사적 탈출행렬, 사망자 발생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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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 연상케 해
항공기 탑승 위해 계단에 매달린 아프간인들. (사진=연합뉴스)
항공기 탑승 위해 계단에 매달린 아프간인들. (사진=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후 16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은 필사적 탈출을 시도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활주로를 장악하는 등 극도의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몰려드는 시민을 향해 발포를 명령,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16일 톨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하자 카불 시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면서 아이를 업은 여성, 어린이를 동반한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항 활주로를 뛰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게시자는 "시민들이 공포 속에 공황상태에 빠져 공항을 향해 내달리고, 미군은 총을 발사해 여러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동영상 속에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와 함께 탕! 탕! 총성이 울리고, 활주로에 모인 시민들은 어떻게든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탑승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 등도 담겼다. 

한 SNS에는 "미군 측이 카불공항에서 통제를 위해 몰려든 시민을 향해 발포하는 바람에 다수의 민간인이 죽었다"는 글과 함께 어린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을 포함한 여러 명이 공항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모습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공항에 몰려든 군중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발포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카불 공항에서 최소 5명이 사망했는데 미군 발포 때문인지, 많은 인파에 깔려 죽었는지는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목격자 증언을 전했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통신은 "최소 3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밀려든 시민들로 인해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륙할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하자 공항 당국은 16일(현지시간) 오후 모든 민항기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아프간 항공 당국 또한 카불 영공 통제 지휘권이 탈레반 군 당국에 넘어간 상태임을 알리고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다.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등 다수의 외항사들은 아프간 영공을 거치지 않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섰다. 

탈레반은 공항 상황이 혼돈 속에 통제불능 상태로 접어들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겠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에선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사태를 두고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직전 당시 '사이공 탈출'이 연상된다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과거 탈레반 통치 당시 아프간은 모든 오락(아프간은 음악이나 TV 등)이 금지되고,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손을 자르는 형벌을 가했다. 또 불륜을 저지른 여성은 돌로 쳐 죽게 하는 율법을 따랐다. 

카불 시민들의 극심한 혼란과 달리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과거 탈레반 통치시절(극단적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겪었던 아프간 시민들은 큰 두려움에 떨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