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20년만에 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아프간, 20년만에 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8.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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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대통령궁 장악… “개방적 정부 구성할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까지 장악하면서 20년 만에 권력을 다시 잡았다.

16일 연합뉴스는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이 이날 탈레반에 항복을 선언했다고 AFP 통신 등 말을 빌려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무장조직이다.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돼 이슬람 국가건설을 목표로 세력을 넓혀갔다. 1996년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 연합체로 구성된 라바니 정부까지 무너뜨렸으나 2001년 9·11테러로 미군 침공을 받으며 정권을 잃었다.

이후 20년간 미군, 정부군 등과 전쟁하며 세력을 회복해갔고 지난 5월 미군 철수로 아프간 정권 탈환에 본격 진격했다. 탈레반에 포위된 아프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탈레반은 6일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를 시작으로 수일 내 8~9곳을 점령했다. 15일에는 수도 카불로 향했다. 카불 점령 전 정부군에 평화적 투항을 촉구했고 아프간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

정부 항복으로 탈레반은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됐다. 탈레반은 대통령궁에 탈레반기를 꼽으며“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이어 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국민 안전을 보장하고 기대에 부응하는 개방적 정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탈레반 대변인은“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다.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며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하나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인접국들은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최근 러시아와 함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군 철수를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질책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아프간과의 전쟁해서 올해 5월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탈레반과 합의했다.

다음으로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완료 시점을 5월보다 3개월 늦은 8월로 제시했고 탈레반은 이에 반발하며 아프간 함락을 구상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군 과정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독일, 아랍에이리트 등도 탈레반 장악에 영향을 미친 미군 철수 등 미국의 외교 정책에 의문을 표하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 안보 컨설턴트 이그네그마의 책임자인 리아드 카와지는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도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과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면서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