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유업·맥도날드 신뢰의 유통기한
[기자수첩] 남양유업·맥도날드 신뢰의 유통기한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8.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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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산업은 리스크 관리 면에서 ‘오너(Owner)’와 ‘위생’ 이슈가 타 산업과 비교해 파장이 무척 큰 편이다. 업계 특성상 맛과 품질, 가격 못지않게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워낙 영향을 미치다보니 오너의 잘못된 언행이나 부실한 위생관리가 알려지면 충격은 꽤 오래간다. 파장이 일면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간의 역사를 보더라도 식품·외식업계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랴’의 법칙은 예외로 작용하는 경우들이 많다. 대리점 갑질·경쟁사 비방 댓글 등으로 홍역을 앓은 남양유업과 햄버거병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맥도날드는 맛·품질·서비스에선 업계 첫 손가락을 다투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무너진 사례로 꼽힌다. 

남양유업과 맥도날드는 해당 사건 이후 땅에 떨어진 명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올 들어 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를 강화하고, 건강기능식품을 신사업으로 삼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지난 4월 터진 ‘불가리스 사태’로 불매운동이 재확산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오너이자 최대 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경영권 지분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모두 넘기기로 했다.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나기 위한 소비자와의 약속이었다. 남양 임직원도 오너 리스크에 벗어나 제품력으로 제대로 평가받겠단 의지가 강했다.

지난달 30일엔 경영권을 넘기고 새 이사진을 꾸리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됐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는 지분 매각 일정을 돌연 연기하며 변심했다. 매수자인 한앤컴퍼니와의 협의도 전혀 없었다. 남양에 대해 믿음을 한 번 더 주려했던 소비자,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 싶었던 임직원은 또 다시 크게 실망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가 취임한 후 베스트 버거 시스템의 공격적인 도입과 비대면 경쟁력 강화, 올해 방탄소년단(BTS) 마케팅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실적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최근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해야 할 식자재를 1년 가까이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또, 이를 매장 점장과 아르바이트생의 일탈로 치부해 더 큰 분노를 샀다. 앤토니 대표가 공공연히 “모든 의사결정 기준은 소비자”라며 신뢰를 중요시했던 게 무색할 정도다.

남양유업과 맥도날드의 신뢰에 대한 유통기한은 과연 언제까지일까. 소비자 믿음에 대한 유효기간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