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공정성' 청구서…구글·애플 '공개 앱 장터 법안' 눈길
흥미로운 '공정성' 청구서…구글·애플 '공개 앱 장터 법안' 눈길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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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분쟁 등에서 배려받았던 첨단IT 업체들, 이제 부메랑 맞는 셈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들에게 받았던 과도한 수수료가 새 법안으로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들에게 받았던 과도한 수수료가 새 법안으로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그 동안 글로벌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앱 장터에서의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수수료를 챙겨왔던 애플과 구글이 큰 손실을 볼 전망이다. 미 의회에서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운영방식이 정당하지 않다며 규제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미 상원의원들은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운영방식을 전면으로 뒤집는 '공개 앱 장터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을 발의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등 6명이 합심한 '초당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부처 상원의원(민주당)도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안에 따라 당장 미국 내 5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가진 앱 스토어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또 앱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이므로 구글도 말려들 수밖에 없다.

애플과 구글은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 안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이나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이 대가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았다.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구글은 수년 동안 경쟁업체를 방해하고, 소비자에게 암흑을 강요했다"며 앱 시장 수수료 문제의 요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또한 그의 발언을 인용, 이 법안이 초거대 IT 기업의 견고한 지배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관련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탈출이 쉽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작년 8월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에 반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에서 퇴출되는 등 오히려 고배를 들었다.

이 법안 이슈에 그간 첨단 IT 업체에 대한 여러 배려를 해 온 사회가 이들 업체에 청구서를 부메랑으로 돌려보내는 징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기 회사 발전에 남의 지적재산권을 '공정한 이용'으로 끌어다 쓰면서 앱 장터 수수료 장사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4월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를 무단 활용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의 손을 들어준 당시 명분이 지적재산권의 공정 이용(fair use)이었다. 지식재산권의 공정한 이용은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도 지식재산권을 쓸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지식재산권이 새로운 제품·서비스의 개발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구글이 가져다 쓴 자바 코드에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이용이라고 본다"고 약간 무리한 '확장 해석'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을 둘러싸고, 특혜인지 발전을 위해 IT 분야 대표 선수를 밀어주는 정당한 결론인지 논쟁이 일기도 했었다.

지식재산권이 새로운 제품·서비스의 개발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정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앱 수수료 과다 논란은 규제 대상이다. 미국 정치권 등이 이런 내심을 이번 법안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공감대 확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