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건축물의 안전관리, 선택 아닌 필수
[기고 칼럼] 건축물의 안전관리, 선택 아닌 필수
  • 신아일보
  • 승인 2021.08.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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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한 건축물 붕괴사고를 지켜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더욱이 이번 사고가 2년 전 발생한 서울 잠원동 해체 현장 붕괴사고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2년 전 사고 당시 건축물 '철거'가 '해체'로 바뀌었고, 철거 신고제에서 해체 허가제로 절차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철거'에서 '해체'로 새롭게 내려진 정의만큼 제도 또한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해체 공사를 아주 단순하게 인식하고, 건설 프로젝트에서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단계로 취급하면서 제반 비용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건설업에서 안전관리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안전 확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현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가 버거운 현실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공사비 규모는 턱없이 작고 안전에 대한 비용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에 그치며, 안전에 대한 비용 절감을 통한 공사비 절약을 관행적으로 선호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해체 공사의 중요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기다. 해체는 건축물이 소멸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적절한 시간과 경비를 투입해야 한다. 

또한, 안전은 비용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실에 맞는 기준을 찾고자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체를 비롯한 각종 감리제도를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현재의 비용 결제 시스템에서는 발주처의 경비 절약 개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번 광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리를 건설의 '기술적 분야'와 '안전관리 분야'로 이원화시켜야 한다. 규모가 큰 현장일수록 포괄적 감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행 건축 감리는 법 기준의 '기술 감리'와 건설공정의 안전성을 체크하는 '안전 감리'로 분리돼 각각의 감리자가 임명돼야 한다.

무엇보다 감리 비용을 발주처로부터 협상하고 지급받는 개념이 아닌, 공적 조직에 예치를 하고, 감리업무 보고에 맞춰서 지급되는 객관화 된 과정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렇게 객관화되면 어느 누가 하더라도 원칙대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축물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건축사 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건축물에서 한 번이라도 재난·사고가 발생 될 경우 많은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건축 안전에 대한 안전의식과 공공성은 그 무엇보다도 크게 요구된다.

협회는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을 추진함으로써 건축사 윤리의식과 시장 내 자정 기능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건전한 시장환경이 조성되며, 건전한 시장환경이 곧 국민의 안전으로 이어지는 건축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 만큼이나, 사고가 발생하게 된 본질적 원인에 대하여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본질적인 원인들을 하나씩 직시하고 되새기며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지난하고도 고된 시간이 되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은 더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기에.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