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샌드위치·피자…외식 틈새시장 자리 잡은 '비건'
식물성 샌드위치·피자…외식 틈새시장 자리 잡은 '비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8.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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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강화 장기 침체 속 니치 마케팅으로 각광
스타벅스·롯데리아·노브랜드 버거 등 신메뉴 속속
CJ·동원·SPC, 채식 소비 늘자 샐러드 전문점 강화
스타벅스가 최근 출시한 식물 기반 푸드 4종.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스타벅스가 최근 출시한 식물 기반 푸드 4종.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외식업계는 코로나19로 침체가 지속된 가운데 ‘비건(Vegan, 채식주의)’을 앞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분주한 모습이다. 스타벅스와 롯데리아, 노브랜드 버거 등 대형 브랜드들은 식물성 기반 메뉴를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또, CJ와 동원, SPC 등 식품대기업들은 비건과 연관 깊은 샐러드 시장에 전문점을 출점하며 늘어나는 채식 소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건은 외식업계의 주요 니치 마케팅(Niche marketing, 시장 빈틈을 공략하는 판매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비건은 과거 소수의 채식주의자만 향유하는 식문화였다.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비건 시장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아직 없지만,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10여 년 전인 15만명과 비교해 10배가량 늘었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국내 신선·편이 과일채소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외식업계는 침체된 시장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매출 다각화 차원에서 비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틈새상품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외식산업경기지수에선 코로나19 이전엔 70포인트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이슈가 촉발된 지난해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70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커피전문점 1위인 스타벅스는 올 2월에 이어 지난달 말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 등 식물 기반 푸드 4종을 출시하며 비건 메뉴 다양화에 본격 나섰다. 이들 메뉴는 고기와 계란, 유제품, 해산물 등을 전혀 넣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콜드 컷 비건 햄’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일부 매장에선 일찍 품절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서울 압구정의 한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픈하자마자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제품 문의가 많았고, 특히 비건 샌드위치와 밀박스는 오픈 1시간도 안 돼 완판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올 하반기 중에 비건 메뉴를 음료까지 확대하고, 대체우유 중 하나인 오트밀크를 음료 선택 옵션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커피전문점 2위의 투썸플레이스는 글로벌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를 활용한 비건 샌드위치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엔 샐러드랩을 출시했다. 비욘드 미트의 국내 유통·판매는 현재 동원F&B가 독점하고 있다. 

롯데GRS의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미라클 버거’에 이어 같은 해 11월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까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비건 트렌드를 주도했다. 버거킹도 올 2월 대체육으로 만든 ‘플랜트 버거’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닭고기 대체육으로 만든 노브랜드 버거의 ‘노치킨 너겟’ [사진=신세계푸드]
닭고기 대체육으로 만든 노브랜드 버거의 ‘노치킨 너겟’ [사진=신세계푸드]
동원F&B 계열의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샐러드 전문점 ‘크리스피 프레시’ 파미에스테이션점. [사진=동원그룹]
동원F&B 계열의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샐러드 전문점 ‘크리스피 프레시’ 파미에스테이션점. [사진=동원그룹]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사이드 메뉴에 집중해 닭고기 대체육으로 만든 ‘노치킨 너겟’으로 비건 메뉴 다각화에 성공했다. 올 4월 첫 선을 보인 노치킨 너겟은 출시 한 달 만에 10만개 판매를 돌파했고, 6월 2차 판매에선 한 달 반 만에 20만개 추가 완판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피자전문점 1위 도미노피자는 지난달 병아리콩·퀴노아 등 식물성 단백질 토핑을 얹은 ‘식물성 미트 피자’ 5종을 출시하며 비건시장에 동참했다.

CJ와 동원F&B, SPC 등 식품대기업도 저마다 전문점을 통해 1조 규모로 성장한 샐러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PC는 가장 이른 2017년 여의도에 ‘피그인더가든’ 1호점을 출점한 이후 강남·판교·코엑스·광화문 등 총 5개의 매장을 내며 프리미엄 샐러드 전문점 시장을 개척했다. 

동원F&B 계열의 동원홈푸드는 지난해 5월 ‘크리스피 프레시’ 매장을 론칭한 후 용산과 여의도, 합정, 반포 파미에스테이션 등 핵심 상권에서 5호점까지 빠르게 출점했다. 외식기업 CJ푸드빌은 지난 5월 샐러드 전문 브랜드 ‘웨얼스마이샐러드’를 선보이고, 뚜레쥬르 직영점 3곳에서 배달을 통해 샐러드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