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재미 본 5대 금융그룹, 금리인상·대출유예 '목엣가시'
대출로 재미 본 5대 금융그룹, 금리인상·대출유예 '목엣가시'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08.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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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이자이익 첫 20조 돌파…장기적 리스크가 걱정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코로나19 사태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5대 금융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그널과 함께 당국이 대출 만기·이자 유예 3차 연장을 고심하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실적이기는 하지만, 이 성적표를 견인한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리스크에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에 KB(2조4743억원), 신한(2조4438원), 하나(1조7532억원), 우리(1조4197억원), NH농협(1조2819억원) 등 5대 금융그룹은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5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을 모두 합하면 9조3729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며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 같은 기간 5대 금융그룹의 순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24% 증가한 20조4994억원에 달했다. 순이자 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같은 호실적에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배당잔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22일 KB는 지주 창립 이후 주당 배당금 750원의 첫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우리금융도 지주 전환 후 처음으로 주당 150원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작년보다 200원 늘어난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한다. 또, 신한은 이달 열릴 이사회 결의에서 전년도 주당 배당금을 고려한 분기 배당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긍정?" 일각에선 리스크 우려

대출 수요 확대와 리스크 관리 비용 확보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 이어 정상화 구도(경제 활동 활성화)가 하반기 호실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등 관련 대출은 지속 확대되며 연초 기획한 대출 잔액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자 유예 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이에 상응하는 충당금 유동성이 커 충격을 흡수할 수준"이라며 "이에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으로 하반기에도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대출 부실화에 따른 리스크가 은행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9월 만료를 앞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재연장을 검토 중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4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6개월씩 연장한 바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집계 기준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규모는 총 108조2592억원이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잔액(재연장 포함)은 99조7924억원(41만5525건)으로 나타났다. 분할 납부 유예는 8조4129억원(1만4949건), 이자 549억원(4794건) 납부도 미뤄졌다. 

은행권 업황이 좋지 않느냐는 긍정적 전망에도, 걱정이 깊어갈 수밖에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당장의 지표가 좋음과 별개로 조심스럽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친 여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2008년 리먼 위기 당시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둘로 나눌 수 있었다면, 지금은 영세 자영업자까지 지원 범위에 들어가면서 그룹이 셋이 된 상황이다. 이자도 유예해 주는 상황인데, 이자를 못낼 경우라고 하면 사실 나중에 '나자빠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해서 걱정들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표는 좋게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전제를 그으면서도 "2008년 위기 당시는 (기업과 소상공인 등) 지원을 할 때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라는 전제에서 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회고했다. 지금 상황에 나쁘다, 좋다를 간단히 말하거나 지원 연장 등의 맞고 틀리고를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다양하게 자료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9월에 이에 대한 (코로나19 여신 지원 연장 여부) 결론이 나올 것"이라면서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 방점을 찍었다.  

◇금리 인상시 이자 부담 상승, 어찌 대처할까?

연내 확실시되는 금리 인상도 달갑지 않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폭증한 대출 규모에 비례해 부실화 우려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대 실적을 견인한 대출이 당장은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확실한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수익성 확대를 예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은행권에 부담스러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출과 이자 부담 가중화로 인해 취약 가계 부채가 부실화 국면으로 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 인상, 대출 연장은 은행의 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이지만, 시행되지 않더라도 결국 연체율 증가라는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부채 연체율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금리 인상과 대출 연장이 리스크 확대 요인만은 확실함에 따라, 고정금리 적용 등 민간 부채 관리를 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