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국내 도입 시급
보험연구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국내 도입 시급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08.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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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12년째 표류 중
가입률 약 75%…연간 1억건 청구 봇물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의료단체 반발에 막혀 12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해외 민영 건강보험의 청구 전산화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어도 진료비는 의료기관에 직접 정산하고, 보험금은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상환제(가입자 청구방식)를 택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전자적 정보교환이 되지 않아서다.

제도적 한계로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우리나라 전 국민의 75%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바 있고 연간 청구건은 1억건 이상이다. 이 청구 규모 역시 매년 증가세임을 감안하면, 청구 관련 소비자 불편은 더욱 늘어날 우려가 높은 셈이다. 이런 맹점을 정치권과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수(5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물론, 환자 개인정보 유출과 행정업무 부담 가중, 비급여의 정부 통제 가능성 우려 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제증명 수수료발급 수익 보전방안 미흡 등의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의료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이것이 제도 손질의 발걸음이 더딘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반론 또한 강력하게 제기된다. 국민적 편의 증진 차원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이슈임에도 작은 문제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간소화 법안을 '재발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2018년 12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한국갤럽을 통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이 47.5%에 달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의료비를 보상하는 대표적인 민영의료보험"이라며 청구 간소화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내 관심을 모은다. 

한편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해당 업무 위탁기관으로 거론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비밀누설 금지와 정보 직접·활용 금지 조항 등을 마련하면 충분하다는 반론이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심평원은 실손보험 외에 급여항목, 건강보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민감한 정보의 유출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직접 소비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제3자 지불제가 이미 무리없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중계기관 역할을 한다.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내고 건강보험 카드만 제시하면, '의료기관건강보험공단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사는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자 청구서를 자동 전송받고, 통상 2일 이내에 건강보험의 미지급 금액 일부 또는 전부를 가입자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영국에서도 의료기관이 보험가입자의 진료 후 '의료기관 중간결제회사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 후 환자 진료 정보를 전자정보전송시스템에 입력 및 전자 청구서를 중간결제회사로 전송하고, 중간결제회사는 전자청구서의 유효성 테스트를 거처 보험회사에 전송하게 된다. 보험사는 중간결제회사로부터 받은 전자 청구서를 심사한 후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접 지급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민영 건강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전자)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험금 청구자(보험가입자, 의료기관)와 보험금 지급자(보험회사) 간의 편익을 제고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연간 청구 건도 1억 건 이상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