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메타버스' 열풍...풀어야 할 숙제 많아
은행권 '메타버스' 열풍...풀어야 할 숙제 많아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8.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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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임직원 소통 등 메타버스 활용 분주
서비스 상용화하려면 고객 요구 '뒷받침' 돼야
(사진=신아일보DB)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활성화되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융합한 '메타버스'가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 등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등 메타버스를 새로운 디지털전환의 한 축으로 삼는 모습이다. (사진=신아일보DB)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통이 전 산업의 대세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를 아우르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은행권은 메타버스가 고객 소통은 물론 인터넷뱅킹을 대체할 새로운 가상 창구로까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메타버스 배우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실제 가상영업점 등 메타버스가 은행권에서 상용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객들의 요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다. 

◇ '너'도 '나'도 메타버스...은행권 '대세'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과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은 다양한 형태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며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공·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가 혼합된 인터넷 상 공간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20~30대 젊은층(MZ고객) 공략에 한창인 은행권은 잠재 고객인 10대 고객을 잡기 위해 저마다 경영활동에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이 가장 공격적으로 메타버스 도입에 나서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아바타(가상 공간의 캐릭터)와 메타버스를 활용해 △금융·비즈니스센터 △재택센터 △놀이공단 등 모두 3개 공간으로 꾸며진 가상 영업점 'KB금융타운'을 오는 10월까지 테스트베드로 운영한다. 

이를 바탕으로 KB국민은행은 향후 아바타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해 고객상담 및 이체, 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상 영업점을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고객 요구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과정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권광석 은행장이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MZ세대와 소통하며 메타버스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가상 영업점과 같은 사업화에 앞서 우선은 임직원이 메타버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방침이다.

권광석 은행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MZ세대 직원과의 소통 시간은 디지털 트렌드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5월 '메타버스'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 형태와 구현 기술, 주요 사례 공부에 한창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12일 메타버스 공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오픈했다.

지난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오픈한 연수원을 본 따 만든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는 등 임직원 소통과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형 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에서도 메타버스 활용은 대세가 되고 있다.

DGB 대구은행은 최근 대구 수성동 본점을 본뜬 가상 공간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임직원 디지털 경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는 임직원 내부 단합을 위한 소통 공간으로 활용 중이지만, 앞으로 신규 고객 입점 채널로 운영될 수 있도록 확대를 검토 중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이미 금융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우선 직원들의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하긴 이르지만, 가상 영업점과 같은 방안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은 초보단계'...소비자 요구 반영 '숙제'

다만, 현재 은행권이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는 '걸음마' 수준이어서, 실제 가상 영업점 등 서비스 도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이 활용 중인 메타버스 기술은 특정 IT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해당 플랫폼의 동시 접속자 수도 십여 명에 불과해 대고객 서비스를 펼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보여주는 메타버스 활용 서비스는 커뮤니티 수준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영업점이 등장하려면, 은행이 저마다의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개발 비용과 기간 등이 어느 정도나 필요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10대와 같은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과연 가상 영업점 도입 요구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고객 요구가 크지 않다면 가상 영업점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항준 누리경제발전연구원 원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은 "메타버스는 단순히 온라인 상 가상 캐릭터가 아닌 실제 내가 하고 싶지만 시간과 장소, 금전적인 이유로 할 수 없는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ESG와 마찬가지로 유행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라며 "은행권이 메타버스가 실제 성공하려면 편의성, 재미는 물론 고객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이유(보상)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하고, 이런 부분을 초기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역시 "메타버스가 익숙한 세대가 상대적으로 젊고, 어린 층인 만큼 금융권이 이들을 고객으로 유입하려면 '재미'적인 요소를 갖춘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금융과 게임을 결합하는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자리 잡은 사례는 드문 만큼, 은행권이 이 부분(고객 유입 요소)에 많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현재 메타버스가 익숙한 세대가 은행권 주요 고객으로 성장하려면 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교 교수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상용화될 날이 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과도한 비용 투자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인터넷의 경우 초기 엄청난 자본이 투자됐지만, 시간이 지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과도한 비용 부담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투자에 따른 성과를 확보할 시기를 (은행권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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