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조선3사-上] LNG선 쥐고 중국과 미래 기술패권 경쟁
[위풍당당 조선3사-上] LNG선 쥐고 중국과 미래 기술패권 경쟁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1.08.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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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기술 중심 시장 재편…고부가가치 선박서 크게 앞질러

국내 조선3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시장에서 제 모습을 되찾았고, 친환경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패권에 다가서고 있다. 다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하다. 본지는 세계 조선업 현주소와 위풍당당한 국내 조선3사가 가야할 길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세계 조선시장을 석권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중국 조선업계는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미래 패권 경쟁에서 승부는 친환경기술 선점에서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총 수주량에선 중국이 한국을 근소하게 앞서지만, 이러한 구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환경규제로 친환경연료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친환경연료 추진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방서 강한 中 턱밑 추격…목표 수주량 초과달성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나긴 침체기를 겪어온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시장에서 잇단 잭팟을 터트리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Big)3’은 올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량을 초과 달성해 현재 글로벌 수주량 1위인 중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국은 상반기 글로벌 누적 수주량 2402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1047만CGT를 수주해 1059만CGT를 수주한 중국과의 격차를 12만CGT로 좁혔다.

중국은 그간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해 조선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중국은 조선업 육성이라는 범국가적 목표 아래 자국 조선사에 발주를 몰아줬다. 올해 1분기 중국 자국 발주는 전체 248척 중 절반에 가까운 114척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은 품질 불량, 납기 지연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추진선은 엔진 불량으로 2개월간 해상에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19년 중국 최대 조선업체 중국선박공업은 프랑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LNG 추진선 9척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며 선박설계 기술력에 한계를 보였다. 선박설계 기술은 선주의 주문에 따라 운항 목적에 맞는 선박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주로 저가 선박 위주 물량 공세에 나선다”며 “건조 기술이 단순한 선박 수주에 있어서는 중국 조선사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국조선해양 조선소. [사진=신아일보DB]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국조선해양 조선소. [사진=신아일보DB]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고도의 선박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올 상반기 글로벌 수주 물량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선 16척 전량 △액화석유가스(LPG)선 72척 중 52척(72%) △1만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48척 중 81척(55%) 등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업계는 LNG 선종에 대한 국내 조선 기술력이 이 같은 호재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한다. 한국은 올 상반기 LNG선 글로벌 전체 발주량(152만9421CGT)의 94%에 달하는 143만3562CGT를 수주하며 LNG 시장을 독식했다. 한국 LNG선 수주 점유율은 2018년 98%, 2019년 94%, 2020년 72%에 육박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선을 필두로 당분간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지만, 친환경 기술 확보경쟁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뚜렷한 상황이지만 일본의 부활을 간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글로벌 조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스마트 등 차세대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환경규제 두고 경쟁 2라운드, 패러다임 선도해야

국내 조선업계는 다가올 친환경 시대를 대비한 기술개발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했다. IMO 가입 회원국들은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0.5%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IMO는 현재 신조 선박에만 배출가스 규제를 적용하지만 2023년부터 현재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EEXI)를 발효할 예정이다.

또 2025년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가 도입되면서 신조 선박뿐만 아니라 현재 운항 중인 선박에서도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친환경 규제는 선사·선주들의 선박 선택 기준을 비용에서 친환경 규제 요건 충족 여부로 바꾸고 있다.

그중 LNG 연료는 친환경에 부합하는 과도기적 대안으로 각광 받는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에 비해 황산화물 배출이 적어 현행 환경규제 방안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LNG는 질소산화물 배출 85%, 온실가스 배출 25%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게 특징이다.

대우조선해양 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은 세계 친환경 선박 LNG 추진선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IMO 환경규제 관련 특허를 총 9021건 출원했고 이 중 5096건을 등록했다. 올해 국내 조선 빅3이 수주한 선박 대다수는 IMO 환경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LNG, LPG(액화석유가스)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이다.

국내 조선 빅3은 친환경 LNG선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주를 따내면서 LNG를 능가할 친환경 연료 기술개발에 착수한다는 전략이다. 조선업의 미래는 나날이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에 정부는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친환경 선박 연료 개발을 지원·추진하며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투입되는 예산만 약 2500억원이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다. 해당 사업은 수소·암모니아 등 연료를 활용하는 저탄소·무탄소 친환경 선박과 차세대 추진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하이브리드 선박 핵심기술 개발이 목적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과거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친환경·스마트화 등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질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