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악당 한국, 지금 웃을 때인가
[기자수첩] 기후악당 한국, 지금 웃을 때인가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7.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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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분기 영업이익 첫 2조 클럽 가입, 현대제철 최초 분기 영업이익 5000억원 돌파.’ 코로나19 시기 한국기업들이 간만에 크게 웃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이 회복되면서 철강재 수요 증대로 이어진 효과다. 게다가 글로벌적인 요인까지 작용, 하반기 이들 기업의 전망을 더 밝게 해주고 있다.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어서다. 즉 국내 철강재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구 악당으로 지목된 기후위기 주범 철강기업 대표 주자들이다. 이미 중국 철강사들은 한국에게 웃음을 내어주며 자신들은 기후 악당클럽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물론 한국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에 나서며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최근 탄소국경세를 선포했다. 이제 수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어마어마한 탄소국경세를 내야만 한다. 2년 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이 지금 최대실적을 냈다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석탄 등 화력에너지로 만들어진 제품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분위기는 금융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유럽투자은행은 올해부터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생에너지산업 등에 투자를 늘리는 ‘기후투자’로 선회했다. 자칫 한국기업은 투자받기도 힘든 처지에 놓인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기후악당으로 지목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 오염농도 1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4위에 랭크됐기 때문이다. 선진국보다 2차 산업혁명이 늦어지면서 기후에 대응하는 것도 뒤처져 생긴 현상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이 노력할 차례다. 쉽다. 걷기를 하면 된다. 자동차 대신 걷기만 해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쏟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지자체는 자동차 중심이 아닌 걷기 좋은 도시로 유도하면 된다.

당장 포스코와 현대제철 공장이 있는 포항과 당진에서 ‘걷는도시’를 만들어보자. 최대이익을 낸 이들이 지원한다면 도로 인프라 변화는 충분히 가능햅 보인다.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라 대비할 때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