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떠나는 외인·기관…하반기 투자 매력 꺼지나
증시 떠나는 외인·기관…하반기 투자 매력 꺼지나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7.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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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5~7월·기관 6~7월 연속 순매도…개인만 '사자'
전문가 "하반기 체력은 견고하나 업종별 대응 필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최근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견고하지만, 업종별로 장기 실적 전망이 양호한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5월 8조4825억원 △6월 1117억원 △7월 3조2795억원 정도다. 기관 역시 5월 1조8388억원 순매수를 제외하고는 6월과 7월 각각 4조4945억원, 3조1066억원을 순매도했다. 

오로지 개인 투자자만이 5월 6조8269억원, 6월 5조177억원, 7월 6조3972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떠난 증시를 뒷받침했다. 

기관 투자자가 매도세를 지속한 데는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가 인기를 끈 영향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65조7413억원으로 4월말 기준 62조원에서 3조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주식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47조6669억원에서 67조7974억원으로 20조원 가량 늘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선진국 증시가 호재를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가 따르는 이머징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등 여타 신흥국 증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이 좋아 굳이 이머징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등 성장주 모멘텀 둔화와 미·중 갈등 문제, 코로나19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이머징 국가의 경기 우려가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증시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식시장 매수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미·중 갈등 문제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성장주와 수출 관련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비중이 커지지만, 한국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한국보다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 많다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가 발표한 정기 변경 리뷰에 따르면, 신흥국 지수 내 한국 주식시장 비중은 13.7%에서 13.5%로 0.2%p 하락했지만, 중국 주식시장은 37.7%에서 38.4%로 0.7%p 상승했다.

허 연구원은 다만 "외국인은 이런 순매도 속에서도 전기차 관련주처럼 성장성이 있는 업종은 매수했다"며 "개인 투자자 역시 업종별로 상대적인 대응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단순히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의 시총이 올라갔기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이 비중을 조절하는 관점에서 매도세를 보인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국내 증시의 시총이 지속해서 오를 경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행태를 주시하기보다 투자자 본인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