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與, 법사위원장 내주자 강성층 반발… 진짜 손해일까
[이슈분석] 與, 법사위원장 내주자 강성층 반발… 진짜 손해일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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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野 몫으로 관행 정상화
강성층 "좌절감 크다" 맹비난하지만… 내준 후 권한 '단축'
野, 사실상 힘빠진 법사위 넘겨받아… 입법 저지 무용지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21대 국회 후반기에 야당에 내주기로 한 결정을 두고 강성 지지층과 일부 의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 자리가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야당 몫으로 돌아간단 점에서 사실상 여당이 이득을 취할 건 다 취하고 내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전반기에 법사위와 운영·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정보·여성가족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유지한다.

국민의힘은 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환경노동·국토교통·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7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후 원 구성 당시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에 대한 항의로 선출하지 않았던 야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가 동물국회·식물국회 수단으로 쓰이지 않고, 본연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여당이 법사위, 야당이 예결위를 맡는 분배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피력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체계·자구를 심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입법 방어선으로 전락했고, 관행상 이는 야당 몫이었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국회 내 '상원'으로 인식됐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확보했어도 야당 방해로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가로막힐 것을 우려해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 때 법사위원장 자리를 이례적으로 거머쥐었다.

이 때문에 강성 여당 지지층 안에선 입법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주장을 내세우며 여권 인사에게 두루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결정 번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일부 강경파 의원까지 나서 결정 번복을 부추기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실망과 좌절감이 크다"며 "이러한 합의 정신에 제발 제가 모르는 기발한 정치적 속셈이라도 있길 바란다"고 몰아붙였다.

이 의원의 바람처럼 여당 수뇌부는 실제 정치적 속셈이 있을 공산이 크다. 실제 지도부는 법사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한 대신 법사위에 오른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의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기로 했다.

또 법사위 기능도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야당 법사위원장의 발목 잡기를 예방하겠단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될지, 교체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은 제동 장치를 걸어두게 됐다.

여기에 더해 법사위원장 자리는 내년 6월 야당으로 넘어간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전까진 여당 스스로 지적하는 '정치적 꼼수'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주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법사위를 개혁하기로 하면서 지금까지 상원으로 상왕 노릇을 하던 법사위와 법사위원장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같은 발언은 여당이 이번 정부 임기까진 특혜를 누린다는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고위원을 맡은 김용민 의원 역시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며 입법 강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착잡한 건 야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상실했을 때 치욕을 일찌감치 겪었다. 여당이 '개혁'이란 미명하에 추진한 각종 정치·사정 제도·구조 개편안을 막지 못했다. 내년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찾아오기까지 계속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여당이 법사위원장 힘 빼기 입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지금까지의 권한을 유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후반기를 시작한다는 걸 고려하면, 전반기 상임위원장 임기는 사실상 10개월이다.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19와 대선 정국 상황을 염두에 두면 크게 흥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 상임위원장 자리는 여야가 배분하면 3선 이상 중진이 맡는다. 국민의힘이 넘겨받은 7개 위원장 자리는 현재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과 사무총장을 겸임한 한기호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3선 의원 12명이 나눠 맡을 공산이 크다. 관례상 상임위원장 경험이 없는 4선 의원에게 우선권이 있지만, 이 기준에 해당하는 의원은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뿐이다.

내정하지 못했던 전반기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도 원로급 정진석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후반기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주목도가 높단 점에서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할지, 떠넘기기가 될진 미지수로 남았다. 후반기에는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뀐 상태고,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국정감사가 있다는 점에서 전반기보단 더 여론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국정운영 구상에서 차악책도 부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이 지사 측 일부는 벌써부터 이 지사가 당선된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후문이 사실일 경우 법사위원장 자리가 야당 몫으로 간 데 가장 아쉬운 건 이 지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오늘 새벽부터 전화 소리에 문자 메시지가 쏟아져 스마트폰으로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다"며 "'법사위를 야당으로 넘기지 말게 해 달라'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선동해 문자 폭탄을 보내고 업무와 수면을 방해하면 하던 일도 못 한다"고 애둘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