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 1위의 승부수
[기자수첩] 식품업계 1위의 승부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7.2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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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란 특수 상황으로 집밥 소비가 크게 늘면서 수혜를 입은 주요 산업군으로 꼽힌다. 실제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농심 등 대형 식품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빼어났다. 

그렇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시장 트렌드는 급변하고, 불확실성은 커져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몇 년 전만해도 낯설게 들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어느새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맛과 품질을 높이고 대량생산을 통한 할인 공세로 점유율을 높여 규모를 키워가는 ‘제조’ 중심의 경쟁력만으론 벅찬 요즘이다. 가뜩이나 식품업계는 타 산업군과 비교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미만으로 무척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 이상의 국내 20여개 식품기업 중 영업이익 10%대를 기록한 곳은 3개사뿐이다. 식품기업 입장에선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하루빨리 마련하는 게 지상과제가 됐다.

한 산업의 흥망성쇠를 알아보려면 선도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행보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최은석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건강’과 ‘바이오’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일제당은 메가 브랜드인 ‘비비고’와 ‘햇반’, ‘고메’를 앞세워 국내외서 이미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 CJ대한통운 제외)은 14조원을 웃돈다. 매출액 2~4위인 동원F&B와 대상, 농심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변화를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친환경 생분해 소재인 PHA를 비롯한 재생자원 중심의 화이트바이오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종 기업이자 고분자 컴파운딩 전문의 ‘HDC 현대 EP’와 연내 합작법인 설립할 계획이다.

또, 개인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 차원에서 유전자 분석·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등의 벤처기업과 연이어 손잡았다. 최근엔 건기식 사업 강화 차원에서 사내독립기업(CIC)을 꾸렸다. 1000억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까지 깜짝 인수했다.

이 외에 첨단 식품분야인 대체단백질이나 푸드테크 등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은석 대표는 취임 직후 “선택과 집중, 혁신성장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강조했다. 식품업계 1위의 승부수(勝負手)는 던져졌다. 어떤 성과를 낳을지 기대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