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반문 부작용 우려?… 文, 결국 일본 안 가기로
반일→반문 부작용 우려?… 文, 결국 일본 안 가기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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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안·미래협력 이해의 접근 있었지만… 성과로 삼기엔 미흡"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수영 국가대표 선수단이 19일 오후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수영 국가대표 선수단이 19일 오후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일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나흘을 앞둔 19일 결국 현지를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일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가져올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회견에서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있는 협의를 나눴다"면서도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알렸다.

앞서 같은 날 오전에도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는 "현재 양국이 협의하고 있으나, 여전히 성과로서 미흡하다"며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해 아직 일본 측으로부터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방일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에 대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거론했던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주도권을 한국 측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세웠고, 결국 한나절 만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고 기치를 잡은 것이다.

현재 일본 안에서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절반 이상이란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도쿄올림픽 흥행은 미지수다. 스가 총리가 반복하는 '안전·안심 대회'에 대한 설문도 '할 수 없다' 응답자가 10명 중 6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일 정상회담 여부는 일본 내각 입장에서 지지율 회복에 영향을 미칠 주요 행사 중 하나로 꼽혔다. 현지 언론이 여론전을 펼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현지의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상회담에서의 우위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보 태세로 일관했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문 대통령 방일에 대한 입장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날도 온라인 곳곳에선 '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타령하러 갈 것이냐, 자존심도 없느냐, 이게 품위 있는 외교냐'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때문인지 박 수석은 이날 발표 전 오전부터 "문 대통령은 국민의 여론과 국회 의견을 잘 알고 계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대통령의 길은 달라야 된다라는 신념으로 임해 온 것"이라고 혹시 모를 방일에 대비해 달래기에 들어갔다. 박 수석은 덧붙여 "국민께서 '왜 굴종적 외교를 하느냐' 비판하시지만, 대통령의 길을 잘 이해하시리라 믿는다"고 피력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관건은 일본의 한국 대상 수출 정상화와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사죄, 독도 영유권 주장 철회 등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 꼽혔다. 대북관계와 관련한 동맹·협력 강화 등의 불가시적 발언만 내놓는 정도에 그치면 되려 반일 감정이 격화된 국내에서도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불발하면서 결국 한일관계 개선도 미지수로 남았다. 난국 속 열리는 도쿄올림픽 같은 계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 관계를 풀기도 요원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