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축산발전기금 '0원'…벼랑 끝 말산업 종사자들
마사회, 축산발전기금 '0원'…벼랑 끝 말산업 종사자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7.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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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수급관리·경쟁력 강화 위한 주요 재원
마사회 연평균 1000억원 납부, 비중 가장 커
경륜·경정 8월 온라인 베팅 도입 경마만 소외
축산경마비대위, 온라인 마권 도입 거듭 촉구
지난 13일 농식품부 세종청사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 입법화 촉구 결의대회를 연 말산업 종사자들. [사진=한국마사회]
지난 13일 농식품부 세종청사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 입법화 촉구 결의대회를 연 말산업 종사자들. [사진=한국마사회]

장기간의 경마 중단으로 한국마사회 경영은 악화되면서 올해 납부해야할 ‘축산발전기금’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발전기금은 말(馬)산업을 비롯한 축산업 경쟁력 강화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마사회의 납부 비중이 큰 축산발전기금 재원이 지속해서 줄어들면 말산업은 물론 축산업 전반으로의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는 가운데, 말산업 종사자들은 하루빨리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통해 경마의 정상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16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마사회의 마권 매출액의 73%는 이용객들에게 환급되고, 18%는 축산발전기금과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으로 납부된다. 지방세인 레저세와 지방교육세는 경마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재원이다. 국세인 농어촌특별세와 축산발전기금은 말산업을 비롯한 농축산업 유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이익금의 70% 전액을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한다. 축산발전기금은 국내 축산물의 안정적인 수급 관리와 경쟁력 제고에 주로 사용된다. 친환경축산환경 조성사업에도 축산발전기금이 집행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힘들었던 지난해엔 가축방역사업에 기금 예산을 증액·집행하기도 했다. 

축산발전기금은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조1578억원이 조성됐다. 이중 마사회 납입금이 30.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마사회는 연평균 1000억원 가량의 축산발전기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경마 셧다운으로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올 상반기 기준 단 한 푼도 축산발전기금에 출연하지 못했다. 

마사회는 최근 들어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말산업 관련 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 속에서 무조건적인 경마 중단은 국내 말산업 붕괴는 물론 축산업 침체까지 불러온다는 게 마사회의 주장이다.

같은 경주류 사행산업인 경륜과 경정의 지난해 매출은 코로나19로 2019년 대비 86% 줄어 국민체육진흥기금·문화예술진흥기금·청소년육성기금 등의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 5월 온라인 발매제도 도입을 위한 경륜·경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달 6일부터 온라인 발매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체육기금 등 공공재정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에 경마의 온라인 마권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회에선 말산업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응해 여야 가릴 것 없이 온라인 마권 도입을 골자로 한 마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 2월에 이어 4개월 만인 6월에 다시 논의를 시도했다. 경륜과 경정이 8월부터 온라인 베팅이 가능한 만큼 명분도 충분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에도 반대하면서 관련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창만)는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화를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마권 도입을 방해하는 김현수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김창만 위원장은 “경마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말산업 종사자 속은 타 들어가고 있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즉각 시행하지 않으면 김현수 장관과 농식품부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