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분쟁을 이어간다.
넷플릭스는 15일 “1심 판결의 사실과 법리적 오류가 바로잡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법원에 항소한 사실을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넷플릭스 한국법인(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이 부분 부존재 확인 청구는 전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CP(콘텐츠공급자)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제1심 판결은 이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는 CP에게 ISP의 책임까지 전가했다”며 “소비자는 CP에 콘텐츠를 이용하는 대가를, ISP에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ISP는 소비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할 책임을 각각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더욱 원활하게 전송하는 것을 돕고자 SK브로드밴드가 원하는 가까운 위치에 연결점을 마련해 콘텐츠를 제공해왔다”며 “그럼에도 제1심 판결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연결’이라는 역무를 제공했으며,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제1심 판결이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며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에 따른 분쟁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종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1심 판결대로라면 그동안 전 세계 CP 및 ISP가 형성해 온 인터넷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이용자가 한국 서비스를 선택해 즐길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도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위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망 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1심 판결은 정작 한국 CP나 이용자들의 입장보다는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 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당사자 간의 역할 분담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자체 CDN인 ‘오픈 커넥트’를 자사 망에 설치하면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이상 줄일 수 있다”며 “발전된 기술의 접목을 통해 망 증설 등에 따른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넷플릭스는 1조 원을 투자해 개발한 오픈 커넥트를 해외 수천여 통신사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SK브로드밴드에도 ISP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협력의 마음으로 오픈 커넥트 무상설치와 기술 지원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하고 오로지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며 ISP의 책임을 넷플릭스에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항소에 대해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대응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채무는 1심 판결에서 명확하게 인정됐다”며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