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대부업을 위한 변론
[기고 칼럼] 대부업을 위한 변론
  • 신아일보
  • 승인 2021.07.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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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조성목
 

공직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민금융 한 우물을 판 '업보'로 나름 대부업에 대한 관점이 있는 필자이기에 잠시 대부업자에 빙의해 보았다. 지금까지, 최소한 기억에는, 엄연히 법에 의해 제도화돼있는, 그것도 20년이나 된 대부업이나 대부업자 입장에서 변호는 아니더라도 변명조차도 하는 글을 못 보았다. 비겁하거나 이기심의 발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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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잠을 설친다. 직업상 깊은 잠은 포기했다. 내 직업은 대부업자다. 나 자신은 금융인이라 생각하지만 법이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법은 그렇게 부르면서 등록해라, 돈 빌려줄 땐 이렇게 심사해라, 이자는 이만큼만 받아라, 심지어 돈 받으러 갈 시간까지 정해주면서도 샤일록과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불법사채업자로 여긴다.

등록을 강제하고 여러 통제를 받게 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서민을 위한다며 몽둥이를 들 때면 법 밖에서 '배보다 더 큰 배꼽' 이자를 받고 '돈 내 놓으라 협박'을 서슴지 않는 놈들은 손도 못 대면서 양성화 해 준다해서 기어나온 대부업자만 족치기 십상이다. 하기야 칼을 뽑았으니 호박이라도 잘라야 하기에 꽁꽁 숨은 놈 대타로 택한 것일 게다.

그렇게 고까우면 업을 접고 말일이지 하겠지만 그 대답은 이 글의 끝으로 미뤄 둔다.

뜬금없이 시작부터 잠을 설친다고 한 까닭을 말해야겠다. 불면증이 있어서도 투잡을 해서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 걱정' 때문이다. 

내가 돈을 빌려주는 대상은 옆집 김 씨도 아니고 동창 개똥이도 아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다. 꽤나 심사도 해서, 옛날에 딴 사람에게 빌린 돈은 잘 갚았는지, 수입은 있는지, 핸드폰 요금은 밀리지 않았는지도 따져보고 신용등급까지 확인한다. 그래도 내게 돈 빌리려 오는 사람들은 그닥 상태가 좋지 않다.

이자 못 받는 거야 그렇다 쳐도 원금 떼일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한 두번 떼이면 점점 빌려주는데도 짜게 된다. 그렇다고 잘 갚을 사람만 고르다 보면 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돈 잘 갚을 사람이면 이미 은행에서 채가기 마련이다. 결국 밤잠을 설치면서도 돈을 빌려주는 게 이 직업이다. 

여러분이 알뜰히 모은 주머니 돈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빌려줬다 생각해 보면 감이 올 것이다.

이 업을 한지가 20여년 되었는데 내 잠 설치는 거야 팔자려니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게 있다.

무슨 때다 싶으면 그놈의 이자율을 낮추는 통에 도무지 이 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어떨 때는 뭐 헛기침 한 번 없이 바로 내려버리다가 요번에는 반년 정도 시간을 주기는 했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몇 년도 아니고 6개월 가지고 무슨 대책이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건지 한심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라. 소위 금융기관이라는 곳에서 못 빌리는 분들에게 돈 빌려줄 곳이 우리 말고 있는가? 단언컨대 그런 곳은 불법사채업자 빼고는 없다. 누구처럼 저금리로 무조건 대출해 준다면 또 모를까. 

정부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아직도 고리대금업자 취급하는 불편한 편견에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래도' 이 업을 하는 이유로 글을 마친다.

"나는 꿈이 있다. 베니스의 '샤일록'은 메디치를 거쳐 로스차일드로 이어져 오지 않았는가!"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조성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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