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결혼 장려 맞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어 예비부부 '비탄'
[이슈분석] "결혼 장려 맞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어 예비부부 '비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13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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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준비했는데" "정부 때문에 모든 약속 뒤틀려" "힘들고 괴롭다"
靑 국민청원 게시판, 거리두기 4단계 단행하자 예비부부 '읍소' 쏟아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을 위해 지난 1년 참으로 정성껏 준비했는데…"

코로나19 방역 실책 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강행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이어 예비부부 계층에서도 비탄의 읍소가 나오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단행한 전날 하루 동안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건의사항은 36건이다. 이 가운데 예식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청원은 4건이 나왔다.

한 청원인은 "1년 동안 11개 웨딩 관련 업체와 계약했고, 신랑·신부 입장에서 이외 준비한 것도 셀 수 없이 많다"며 "그 모든 계약과 약속이 한 순간에 뒤틀리려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발 갑작스러운 거리두기 지침 변경으로 신랑·신부와 그 가족이 고스란히 입고 있는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원인은 또 "현 지침 하에 결혼하게 되면 49인만 오지만, 200명 분량의 식대를 고스란히 웨딩홀에 지불해야 한다"며 "친족으로 제한했으니 아마 참석 인원이 20명도 안 되는 결혼식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결혼식은 콘서트나 다른 행사와 달라 방역 수칙을 어길 일도 일반적 상황보다 드물다. 누군가의 소중하고 한 번뿐인 경건한 날이기 때문"이라며 "결혼식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다른 청원인도 "1년 5개월 전부터 차근차근 계획하고 준비했는데, 지난해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계속적으로 수정·적용돼 왔지만 결혼식만은 한결같이 여러 웨딩홀 조건에 상관없이 일관적 시준이 이어지고 있다"며 "세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이 모든 예비부부를 너무나 힘들고 괴롭게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식당·유흥업소·공연장 등에 대한 규제는 완화됐는데, 결혼식은 집회와 같은 카테고리(분류)로 묶여 3단계인 경우 49인, 4단계에선 친족만 해당이라는 비합리적이고 상식 밖의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공연장은 5000명까지 관람이 가능한데, 결혼식은 친족만 가능하다는 점이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고언했다.

이 청원인은 이어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초대도 할 수 없는 하객 수만큼의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에 겪어야 하는 예비부부의 금전적·정신적인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또다른 청원인은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규정이 정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식당에선 50명이나 100명이나 거리만 두고 먹으면 상관 없는가, 왜 공연은 5000명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백화점 같은 곳은 QR코드 확인도 안 하면서 예식장은 왜 49명으로 제한하는가"라고 피력했다.

이 청원인은 "결혼을 장려한다는 정부의 말은 그냥 말뿐인가"라며 "지금 나온 규제를 따지고 보면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 같다. (예식에 드는 비용을 두고) 누군가는 '뭐 그정도야'라고 할 수 있는 돈일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신혼부부에겐 크고 큰 돈"이라고 질타했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국민청원은 전날 기준 5881건이다. 이 가운데 199건은 예식과 관련한 청원으로, 예비부부를 준비하는 국민의 읍소는 현재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방책이나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특별시 '시민제안' 게시판에도 비통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예비신부는 지난 3일 8000명이 모였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집회를 언급하며 "민노총에 가입하면 8000명 결혼식 가능한가"라고 비꼬았고, 덧붙여 "가족이 없는 사람은 하객 없이 결혼을 하란 말인가, 가족이 없는 누군가한테는 가까운 지인이 가족 이상의 의미인 경우도 있고 피치 못할 경우도 있다"고 쓴소리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