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 왜곡’ 반성 없는 일본
[기자수첩] ‘역사 왜곡’ 반성 없는 일본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7.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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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군함도(하시마)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지난 12일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은 앞서 지난달 7∼9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의 실사 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일본이 지난해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군함도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이 시설을 시찰한 결과 일본은 군함도에서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7월 일본은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징용 같은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군함도의 자료가 전시된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희생자의 사진이나 증언은 없고 “민족차별도 강제노동도 본 적 없다”는 거짓 증언과 함께 일본 근대화 과정을 자화자찬하는 내용만 있었다.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 강제 노역한 많은 조선인 등 희생자를 기리기보다 일본 노동자 역시 다른 노동자들과 모두 동일하게 가혹한 환경 속에 처해 있었다고 강변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리는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증거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힌 뒤 사죄할 일은 사죄하고 배상할 일은 배상해야 마땅함에도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같은 전범국인 독일의 태도와 대비된다. 독일 서북부 졸페라인 탄광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전쟁포로를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고 사실 그대로 알리고 있다.

물론 일본의 역사 왜곡 논란과 약속 미이행에도 불구하고 군함도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규정상 시설 보전이 미흡해 등재를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유산에 대한 해석을 문제 삼아 등재를 취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일본에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조만간 공식 채택할 예정이어서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과거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숨기지 않고 교훈으로 남겨주기 위해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현장 마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일본이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