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뜻 같은 분들 힘 모아 공동 목표 이뤄가는 과정"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 尹 "어떤 결단도 내리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자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플랜B'로 평가받는 데에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기자들을 만나 "부친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처럼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정치에 뜻을 두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정치참여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날 최 전 원장은 구체적인 정치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은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부친의 삼우제로 성묘를 온 자리에서 정치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모든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도 따뜻한 빛이 비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상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읽힌다.
또 그는 "정치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나 시기를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도 정치 행보에서 정당을 강조한 발언으로,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최 전 원장은 또 다른 야권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를 두고는 "저를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 전 원장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넘어질 경우의 대체재로 보는 시각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최 전 원장은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것이 저의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살지 않았고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면서 "윤 전 총장은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계신데, 그 분과의 협력 관계는 좀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과의 단일화에 거리를 둔 것으로, 윤 전 총장 측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과의 단일화를 포함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하는 방안이라면 어떤 결단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 전 총장과 최대 이슈인 최 전 원장의 단일화 성사 시너지가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사람의 단일 선언 자체로만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강력한 상징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당장 최 전 원장이 단일화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등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당분간 조직 정비와 메시지 준비를 한 뒤 공식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최 전 원장은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김에 고 백선엽 장군의 묘역과 함께 천안함·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을 두루 참배했다. 사실상 정치행보로 해석된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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