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③]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관건…정부 지원 '절실'
[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③]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관건…정부 지원 '절실'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1.07.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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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소재 공급 다각화 "정부 투자·외교 나서야"
정부 'K-배터리 산업 전략' 발표…폐배터리 진흥책 등 담겨

화장실에 다녀오는 5분 사이에 완충되는 전기자동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기술경쟁도 그만큼 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본지는 전기차 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국내외 시장 현황과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가 세계무대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원자재 확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진흥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까닭에 7월8일 오후 정부가 발표하는 ‘K-배터리 산업 전략’ 세부내용을 두고 업계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하는 산업 전략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세제지원과 폐배터리 시장 활성화 등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가는 글로벌 시장…중국 산업망 구축 ‘열성’

세계 배터리 업계는 제조부터 처분까지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한창이다.

중국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리튬·코발트·망간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각각 81%, 87.3%, 100%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배터리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코발트 매장국인 콩고에 600만달러(78억1000억원)의 재정을 긴급 제공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리튬 생산량의 78%를 차지하는 호주와 칠레에 1447억달러(164조4000억원) 대규모 투자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은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009년부터 리튬을 10대 핵심금속으로 선정하고 코발트와 희토류를 포함한 34개 전략 금속 특별 공급을 지원했다. 일본은 이어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산·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 정부는 최근 핵심 광물 매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를 만들며 협력에 나섰다.

각국 정부는 폐배터리 시장을 본격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한창이다.

폐배터리를 녹여 추출한 소재들은 신규 배터리 제조 원재료로 재투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비용을 30~60%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폐배터리 재활용 법령도 마련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신에너지자동차 배터리 회수·이용 잠정 방법’을 공표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 사업을 착수했다. 또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배터리 제조사, 중고차 판매상, 폐기물 회수 업체 등이 폐배터리 재활용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 정부는 17곳 시·성에 폐배터리 재활용센터를 설립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화이트리스트를 발표해 일부 자격 미달 기업 난입을 사전 예방하는 등 적극적인 폐배터리 지원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0년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져 전기차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폐배터리를 전기 자전거, 전동 휠체어 등과 전기차 충전소에 활용하기 위한 관리 지침을 개정했다.

독일·영국 등 일부 국가는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다.

◆한 발 늦은 한국…전략 외교·정책 마련 잰걸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국내 핵심 소재·원자재 공급망은 취약한 가운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소재·원자재의 내재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전문 기업 대주전자재료에 대한 대규모 지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지난 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2021’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SDI는 자회사 에스티엠(STM)과 양극재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을 통해 양극재 내재화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전문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자체적인 원료 수급 다변화에 나서지만, 원료 자원은 국가 정치·외교 문제와 직결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광산과 원자재 자체 공급망을 확보한 경쟁자들에 비해 출발이 늦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8일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K-배터리 산업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안에는 국내 배터리 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부품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000억원 규모 배터리 산업지원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배터리 핵심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원하고 자원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는 업계 화두로 새롭게 떠올랐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은 181억달러(20조2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궤도에 오른 지 10여 년이 지난 2030년 즈음에는 국내서만 매년 10만개 이상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평가 기준, 관련 법령 등은 미비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반납된 폐배터리를 임시 창고시설에 보관하거나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관리했지만, 폐배터리 조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환경부는 지난 6월29일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 자원순환에 관한 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이달 6일부터 시행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를 회수·보관·재활용하기 위해 환경부가 설치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운영업무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거점수거센터가 준공되면 체계적인 폐배터리 회수·보관, 민간 공급을 수행할 수 있다. 거점수거센터는 사업 예산비 171억원을 투입해 △경기 시흥 △충남 홍성 △전북 정읍 △대구 달서 등 총 4개 지역에 설치될 예정이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업계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혁신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환경부는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6월26일 제주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를 방문해 적재실과 공정실 등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6월26일 제주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를 방문해 적재실과 공정실 등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터리 업계는 △세제 혜택 △원자재 자체 공급망 확보 △폐배터리 산업 육성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CATL의 성장과 비교해보면, 정부의 육성책 발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제 혜택과 전문인력 양성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K-배터리 산업 전략’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양적·질적 팽창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