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늦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론화
[기자수첩] 때늦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론화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7.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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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의 젊은 수장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론화한 가운데 날선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당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여가부를 폐지하자”며 대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 대통령이 양성평등위원장을 맡는 것을 공약으로 하겠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운동권 출신 의원으로 알려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또한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며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 의원은 여가부의 역할을 지적하며 김대중 정부에서 여가부가 창설됐을 때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 및 화합보다는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가부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당초 창설부터 논란이 됐던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의원들은 2030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정치인으로 당내 대선 주자까지 가세하면서 ‘여가부 폐지’가 거대 야당의 대선 공약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여성의당은 “정치권은 여성혐오나 폐지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의당은 “2021년 국가 전체 예산은 555.8조인데 여성가족부 예산은 1조2325억(0.22%)이며 이 가운데 여성 분야 예산 편성은 982억(0.01%)이다.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여성 정책을 펴 나가기엔 상당히 여건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출범 20주년을 맞은 여가부가 그 어떤 뚜렷한 행적을 했는지는 글쎄…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젠더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는 반면 그 어떤 이슈보다 발 벗고 나서야 할 사안에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온 여가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서 보여준 여가부의 태도는 여가부의 존재 자체를 무색케 했다.

거대 수도 수장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2차 가해 등을 멈춰달라며 피해를 호소함에도 여가부와 여가부 장관은 침묵으로 일관,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성추행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피해자라 하지 못하고 ‘고소인’이라 지칭하거나 ‘성인지 학습기회’ 등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왔던 여가부가 아니던가 말이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대변해야 하는 여가부의 역할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온몸으로 살고 싶다며 부르짖는데 여성을 보호한다는 여가부는 “별도로 우리가 자료를 발표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때늦은 여가부 존폐 논란을 보며……진정한 여권 신장은 남성, 여성이라는 구별에서 벗어날 때 오는 것이라는 어느 여승의 말씀이 떠오른다.

[신아일보] 이상명 기자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