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표류' 인연이 '우방'으로…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가져올 성과는
[이슈분석] '표류' 인연이 '우방'으로…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가져올 성과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7.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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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루터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 진행
반도체 '기술-제조' 협업 강화… 관계 격상도
(자료=청와대)
(자료=청와대)

1907년 고종 황제의 헤이그 특사 파견과 1950년 한국전쟁 네 번째 파병국 등은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네덜란드 관계를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번외로 2002년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한국 국가대표팀의 한일 월드컵 4위 기록도 아직 국민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반도체 관련 '세계적 공급망 구축' 협력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미래 산업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 손을 맞잡으면서 한국과 네덜란드는 한 층 더 깊은 관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신아일보>는 이번 회담을 계기에 네덜란드와의 협력으로 추후 가져올 경제·미래적 성과를 분석했다.

 

◇ 400년 인연, 60년 수교… 한-네덜란드 호의적 관계 지속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30분 청와대 여민관에서 루터 총리와 화상으로 양국 관계 및 세계적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루터 총리와의 회담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으로, 이번 회담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네덜란드가 먼저 제안했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관계 시작은 약 40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1627년 인조 5년 얀 얀스 벨테브레(Jan Jansz Welteveree)가 동료 2명과 일본으로 향하던 중 제주도에 물을 구하러 상륙한 게 네덜란드와의 첫 조우 기록이다. 조선 조정은 벨테브레에게 '박연'이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훈련도감에 배속해 서양 총포 기술을 전수토록 했다.

이후 1653년 헨드리크 하멜 등 38명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무역선을 이용해 일본 나카사키로 항해하던 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한다. 하멜은 13년을 살다가 일본으로 탈출했고, 당시 작성한 '하멜 표류기'가 책으로 유럽에 퍼지면서 조선이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때 3년 간 총 5322명을 파병한 전통적 우방으로 호의적 관계를 맺게 됐다. 16개 국제연합(UN) 참전국 중 하나로, 한국에는 네 번째로 육군과 해군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UN 참전국 중 유일하게 지휘관이 전사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인천상륙작전과 청주·원주·횡성 지구 전투 등에 참가했는데, 횡성 전투는 6·25 전쟁 중 네덜란드 군이 치른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격전으로 꼽힌다. 당시 후퇴하는 국군과 미군의 측방을 엄호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대대장 마리누스 페트루스 안토니우스 덴 오우덴(Marinus Petrus Antonius den Ouden) 중령 등 17명이 전사했다. 현재 강원도 횡성에는 참전기념비와 오우덴 중령 현충비가 설립돼 있다.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들이 6.25 전쟁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들이 6.25 전쟁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네덜란드, EU 교역 상대로는 두 번째 커… 대북 문제도 공조

한국과 네덜란드는 북핵 문제 및 대북 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4·5·9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부 노력에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북한과도 수교를 맺었지만, 실질적 교류는 없고 비핵화·인권·평화 문제 등에 우선적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은 또 주요 국제회의 개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러·인권·개발협력·기후변화 등 세계적 현안에 있어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핵안보정상회의와 사이버스페이스 총회, 세계물포럼 개최 시 기존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국에게 협력을 제공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한다.

특히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도 네덜란드는 한국에 있어 유럽연합(EU) 국가 중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와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경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2017년 최초로 교역액 100억 달러 돌파 후 2019년 미국-중국 무역분쟁 등으로 교역이 축소됐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02억 달러로 상승했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석유제품·철강 등이다. 주요 수입품으로는 반도체 장비와 반도체, 축산가공품 등이 있다.

투자 면에서도 네덜란드는 2020년 EU 회원국 중 한국 대상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1위국이다. 네덜란드는 EU 회원국 중 한국 기업이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에 진출한 주요 네덜란드 기업은 △Shell(석유·석유화학) △유니레버(생활용품·의료) △ASML(반도체 장비) △필립스(전자제품) 등이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타이어 △SK루브리컨츠 등이 네덜란드에 진출한 상태다.

양국은 신재생 에너지(자원)와 스마트시티, 스마트농업,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활동을 진행 중이다. LS전선은 2020년 북해 지역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10킬로미터(km)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기업으로 선정됐고,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 로테르담항만공사와 물류센터 건설 MOU(협약)를 체결하고, 금년 중 완공 예정이다. 산업기술 협력과 관련해선 올해 6월 2차 한-네덜란드 혁신공동위원회 개최가 있었고, 공동 R&D(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시티 부분은 2019년 장관급 협약을 체결한 후 올해 공동위원회 개최를 협의 중에 있다.

김상모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수석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알레그로룸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제2차 한-네덜란드 혁신공동위원회'에서 요안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자부)
김상모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수석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알레그로룸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제2차 한-네덜란드 혁신공동위원회'에서 요안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자부)

◇ 유럽 물류 중심지… 네덜란드와의 협력 중요성과 향방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은 유럽 항만 중 유럽 물동향 처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을 이용해 철도·도로·운하 등 각종 운송 수단을 통해 서유럽 전역과 동유럽까지 운송이 가능하다.

특히 네덜란드는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 강국으로, 한국의 반도체 제조 강점을 접목시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선 네덜란드 굴지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거론될 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ASML은 5나노 이하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다. EUV 노광장비를 연 40대 정도만 만들기에 이미 내년 생산량까지 선주문이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노광장비 물량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직접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2016년 수립된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협력 지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네덜란드 양국은 인권이사국(2020~2022년)이자 유엔 평화유지 장관급 회의 공동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 협력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특히 네덜란드에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등의 국제기구가 소재하기도 한다.

청와대 측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대비해 가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달 1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스블락테 지역에서 BPA 물류센터 상량식을 개최하고 올해 안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BPA는 지난해 10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 3만㎡ 규모 물류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사진은 부산항만공사 로테르담 물류센터 상량식. (사진=부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달 1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스블락테 지역에서 BPA 물류센터 상량식을 개최하고 올해 안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BPA는 지난해 10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 3만㎡ 규모 물류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사진은 부산항만공사 로테르담 물류센터 상량식. (사진=부산항만공사)

◇ '첨단장비 클러스터' 투자와 '산업기술 협력'

지난 5월 ASML과 체결한 MOU 주요 문안을 보면 'ASML은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트레이닝과 재제조 센터가 집적된 첨단 EUV 클러스터(단지)를 조성한다고 명시한다. 트레이닝은 300명 국내 고급인력을 채용하고, 재제조 센터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첨단 EUV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투자 관련 애로 해소와 제도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투자 관련 각종 인·허가 지원과 애로사항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당 MOU 취지는 미세공정 핵심 EUV 노광기술 보유 기업 투자 발표로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다는 목적이 있다. 또 노광기술 전수와 생산효율성 제고, 장비·부품 개발 국산화 지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구상도 내포돼 있다.

산업기술 협력과 관련해선 2016년 MOU를 체결했지만, 그전부터 유럽 공동 R&D 플랫폼(기반) 유레카를 활용해 네덜란드와는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31개 과제에 3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84개 네덜란드 기관과 공동 R&D를 수행하기도 했다.

(자료=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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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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