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인중개사 3차 시험 '생존'
[데스크 칼럼] 공인중개사 3차 시험 '생존'
  • 신아일보
  • 승인 2021.07.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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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공인중개사가 되려면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1·2차 시험을 거쳐 국가전문자격을 얻으면 된다. 자격을 얻으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입사하거나 중개사무소를 직접 차리는 등 방법으로 공인중개사 활동을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공인중개사자격을 운전면허에 비교하기도 한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자격증은 법적인 자격을 부여한 것일 뿐 실전은 또 다른 얘기다. 운전면허가 도로 위 정상운전과 안전운전을 보장하지 않듯 공인중개사자격이 정상적인 부동산 중개와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1·2차 자격시험을 넘어 시장에 나온 공인중개사들은 곧바로 3차 시험 '생존'과목과 마주하게 된다. 

3차 시험의 난도(難度)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공인중개업계의 화두 자체가 '생존'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거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횡포에 영세한 개업공인중개사는 다 쓰러집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4일 오전 9시10분 현재 3829명이 동의한 상태다. 공인중개사가 네이버에 부동산 매물을 올릴 때 집주인 전화번호 등을 함께 등록하도록 한다는 네이버의 계획이 알려지자 공인중개사들이 즉각 반발했다. 

허위 매물 관리 차원에서 매물 등록 현황을 집주인에게 실시간으로 알린다는 게 네이버의 취지로 전해졌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계획을 '부동산 중개업 시장을 침탈하려는 거대 포털 사이트의 횡포'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네이버가 중개사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 청원을 협회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려뒀다. 협회 차원의 대응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협회는 불과 10여일 전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성명의 앞에는 '생존권을 위협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의 한 대형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이 자회사인 중개법인을 통해 중개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고, 이런 움직임이 개인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성명에 담긴 문제의 핵심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로 공인중개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중개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개업계의 불안감이 사그라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네이버와 직방에서 비롯된 이번 갈등은 언뜻 봤을 때 개별적인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공인중개사 생존'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묶인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치러왔고, 앞으로도 계속 치러야 하는 치열한 생존 시험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 살아남을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을 내야 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출제자는 네이버나 직방이 아니다. 국민청원을 받는 청와대도 아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다.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 소비자가 만든 시험장 안에서 네이버, 직방, 다방,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을 미래 사업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는 중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킨 응시자는 '합격', 그러지 못한 응시자는 '불합격'이다. 대형 플랫폼이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얘기는 '플랫폼의 합격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공인중개사들을 업권법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는 것은 시험 조건을 공평하게 하는 과정일 뿐 그것 자체가 시험은 아니다. 무조건적인 합격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 그것에 주목해야 살아남는다.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