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랜B도 외면한 농식품부 장관
[기자수첩] 플랜B도 외면한 농식품부 장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6.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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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안팎으로 어려움이 크다. 밖으로는 경마산업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온라인 마권 발매’ 법안의 국회통과가 또 다시 좌절됐고, 안에선 김우남 회장의 욕설 파문 이후 보복인사 논란까지 휩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아 조직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한 때 국내 공기업 중에 최고 연봉을 받으며 ‘신의 직장’으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마사회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불과 2년도 안 돼 그 위상은 뒤바뀌었다.

특히 온라인 마권 발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도 밟지 못한 점은 마사회 입장에서 뼈아프다. 온라인 마권은 코로나19에 따른 장기간의 경마 셧다운으로 지난해 4600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냈던 마사회의 유일한 탈출구다. 경마 중단으로 벼랑 끝 절벽에 몰린 2만5000여명의 말 산업 종사자들이 염원한 최대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한 해 말산업 피해액만 7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회에선 이 같은 어려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응해 여야 가릴 것 없이 온라인 마권 도입을 골자로 한 마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 2월에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논의를 시도했다. 경륜과 경정이 8월부터 온라인 베팅이 가능한 만큼 명분도 충분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에도 반대하면서 관련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심의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다음번 논의 때 농식품부에 온라인 마권 발매와 말산업 위기극복과 관련한 대안 자료를 요청했지만 듣지 않은 것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표면적으론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내세웠지만, 마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크게 의식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30년 이상 정통 관료 출신의 김 장관 입장에선 마사회 리스크에 정권 말기인 지금의 시점에서 굳이 온라인 마권 발매라는 예민한 이슈를 건드리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플랜B는 내놔야하는 게 주무부처 수장으로서의 도리다. 경주마 농가들은 경마 중단으로 60억원을 웃도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사회가 매년 1000억원 이상 적립한 축산발전기금도 지난해부터 전무하다보니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 현재에서부터 차근차근 문제의 실마리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국회와 말산업 종사자들은 대안을 요구했지만 김 장관은 또 외면했다. 실마리는커녕 관료 특유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태도만 남아 씁쓸할 뿐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