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기자수첩] 쿠팡,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6.2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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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화제의 중심엔 쿠팡이 있다. 쿠팡을 빼놓고는 유통업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쿠팡은 코로나19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내 비중은 2020년 업계 추산 기준 13%로 네이버에 이어 2위다. 쿠팡은 특히 ‘로켓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고, 결국 이들은 쿠팡의 충성고객이 됐다.

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로켓배송의 덕에 그 수고를 덜었다.

김범석 창업주가 쿠팡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이용자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란 질문을 할 때까지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그 포부가 현실이 된 셈이다. 

다만 쿠팡의 존재감이 꼭 좋은 측면으로만 높아진 것은 아니다.

실제 쿠팡을 향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이달 17일 새벽 발생한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를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에도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쿠팡이 주는 편의가 더욱 커 소비자들을 흔들기엔 영향력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해당 화재를 진압하던 중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마을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한 상황에서 사과 등 쿠팡의 대응이 다소 늦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재가 발생한 날 김범석 창업주가 쿠팡 대표와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책임회피 논란까지 일었다. 쿠팡은 5월31일 이 같은 의사결정이 있었고 6월11일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됐으며 등기도 6월14일 마쳤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비자들은 쿠팡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회원탈퇴와 불매로 전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와 일부 근로자들이 쿠팡 물류센터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폭로, 회원탈퇴에 속도를 붙였다.

쿠팡의 입장에선 순항 중에 예상치 못한 풍파를 만나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한편으론 현재 직면한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쿠팡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검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수백번의 망치질과 연마가 필요하듯, 쿠팡도 지금 그 과정을 거치는지도 모른다.

쿠팡이 얼마나 현명하고 확실하게 이번 상황을 마무리 짓고 그간 밟아왔던 길을 이어갈지 지켜보겠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