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의 수난...지어지앙(池魚之殃)
[기자수첩]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의 수난...지어지앙(池魚之殃)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1.06.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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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지앙(池魚之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에 던진 보석을 찾기 위해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는 바람에 엉뚱한 물고기만 죽임을 당한 여씨춘추(효행람)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다른 곳의 재앙으로 인해 뜻밖에 당하는 재앙을 이르는 상황, 또는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끌려들어 가는 일을 말한다.

최근 충남도의원 10여 명이 의회 사무처장 징계를 건의하고 나섰다. 이유를 보면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처장이 끌려들어 간 것이 분명하다. 2020 회계자료 결산 심사자료에 오류가 확인됐는데도 자료를 몰래 바꾸는가 하면 이후에도 행정절차를 밟지 않아 사안 해결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의회 사무처는 지난달 24일 집행부가 제출한 결산 심의자료를 도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집행부가 자료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결산자료를 다시 인쇄해 의회에 재배부했고 사무처는 같은 달 31일 의원실을 돌며 기존 배부자료를 회수하고 수정한 자료로 교체했다. 그러나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의 회수가 없었고, 경위 설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오후 농수산해양위원회가 결산 심의를 하던 중 집행부의 원안 결산자료와 의원들에게 배부된 결산 심의자료가 일부 다른 점이 확인됐다. 무려 80쪽이 집행부 자료와 달랐다. 의원들은 원인 파악을 위해 사무처장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유연근무 중인 처장은 오후 1시부터 외출을 달고 퇴근해 해명이 무산됐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재 출근해 해명에 나섰지만, 의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였다.

이에 의원들은 처장이 외출을 단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대목과 함께, 후속 조치도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문제 삼는 내용을 보면 의회 사무처가 개입하거나 주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수정자료 배포를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사무처장을 징계까지 할 만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보면 의원들이 묵과할 수 없는 상당한 사안들이 있다. 집행부의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부서간 장벽을 쌓고 협조하지 않는 현상)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양승조 지사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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