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①] 본판 오른 한·중·일 '패권 경쟁'
[전기차 배터리 전성시대-①] 본판 오른 한·중·일 '패권 경쟁'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1.06.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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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등등 중국 뒤쫓는 LG·SK·삼성, '기회의 땅' 미국서 승부수
2025년 반도체 시장규모 훌쩍 넘어…생태계 확장이 성패 좌우

화장실에 다녀오는 5분 사이에 완충되는 전기자동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기술경쟁도 그만큼 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본지는 전기차 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국내외 시장 현황과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영토 확장경쟁이 한창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앞으로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지배기업은 글로벌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격 여부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 CATL과 BYD를 비롯한 다수 중국 기업이 앞서는 가운데, 후발 기업의 맹공이 거세다. 이런 까닭에 기업 간 전기차 배터리 기술 우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심장 ‘리튬이온배터리’ 소재·패키지 따라 각양각색

2차 산업혁명의 산물로 분류되는 내연기관차는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발생한 엔진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전기차는 전기 에너지가 직접적인 동력원이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전기 에너지를 전기모터로 공급해 구동력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는 전기차에선 모터와 배터리로 대체된다. 이 중 배터리 성능은 전기차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만 30~40%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Li) 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상호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전·방전이 이뤄지고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전기차 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라고 불리는 이유다.

리튬이온배터리 구성 요소. [이미지=삼성SDI]
리튬이온배터리 구성 요소. [이미지=삼성SDI]

리튬이온배터리 구성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양극재는 소재에 따라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철·인산) 등으로 분류된다. 국내 기업은 NCM·NCA 등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한다. 중국은 금속·철 등이 함유된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물량을 생산한다. 양극재 소재와 함량비율에 따라 에너지밀도·주행거리·제조단가·폭발 위험성 등은 달라진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양극재 내부의 니켈 함량과 비례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는 니켈 함량을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대체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해질은 리튬이온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리튬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만드는 액체 물질이다. 하지만 전해질의 분해반응으로 배터리가 부풀어 발화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배터리 업계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해질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방지하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흐름을 막아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한다. 또 분리막은 내부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을 이동시킨다.

전기차 배터리는 패키지 모양에 따라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현재 테슬라는 원통형을, BMW·벤츠는 각형을, 현대차·제네럴모터스 등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조사별로는 파나소닉·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을, 삼성SDI·CATL·BYD·스노볼트(유럽 합작사)는 각형을,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생산하고 있다.

◆요충지는 미국…국내 3사 대규모 투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500억달러(56조6000억원)에서 2025년 1600억달러(181조2000억원)로 성장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168조원, 2025년 전망 기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하 한국) △CATL(중국) △BYD(중국) △파나소닉(일본) 등 동북아 3개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세가 등등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연간 누적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선 중국 CATL이 시장 점유율 32.5%로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점유율 21.5%로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과 BYD는 각각 점유율 14.7%, 6.9%로 3위와 4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시장 점유율은 5.4%, 5.1%를 기록했다. 상위 6곳은 모두 한·중·일 기업이며 이들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86.1%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을 뛰어넘어 배터리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각 기업은 완성차·소재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요충지는 미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자동차 업체 GM그룹과의 동맹을 강화했다. 양사는 오하이오주에 35GWh(시간당 기가와트) 규모의 배터리 제1합작공장 설립에 이어 테네시주에 제2합작공장을 추가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합작공장 두 곳에서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해 2023년까지 260G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60GWh는 전기차 37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공략을 위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사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를 설립한다. SK이노베이션은 26억달러(2조9549억원)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생산 공장을 짓고 2025년 125GWh 이상 생산력을 확보한다. 생산한 배터리 셀과 모듈은 앞으로 포드사가 생산하게 될 전기차 모델에 장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을 보유한 중국에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에 이어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미국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아직 공식적인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9일 열린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21’에서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SDI는 중국 톈진·시안, 헝가리 북부 도시 괴드 등에 전기차 배터리셀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각형 배터리는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에 탑재되는 만큼 유럽에서의 안정적 수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