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안전불감증…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안전불감증…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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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4시22분경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버스가 매몰돼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이후 언론을 통해 속속 사고 원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허술한 관리·감독과 현장의 안전불감증, 정관계 로비에 이어 인허가 비리까지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익숙한 용어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실제로 이번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적발된 법·규정 위반 사항은 49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굴착기를 이용해 고층 건물을 철거할 때 반드시 필요한 지반의 부동침하 방지, 갓길 붕괴 방지, 도로 폭 유지 등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건물 철거 과정에서의 붕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 피해를 수반한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당국은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제도 집행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져 닮은꼴 사고가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앞서 2019년에는 이번 ‘광주 붕괴사고’를 예고하는 듯한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건물의 외벽이 붕괴, 30t가량의 잔해물이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것이다. 사고 조사 결과 철거업체는 공사기일 단축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애초 구청에 제출한 계획서와 달리 지지대를 적게 설치하는 등 안전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업체가 공사 전 진행된 안전 심의를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재심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피해 규모만 다를 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멸실 현황에 따르면 2010~2018년 전국에서 철거 공사가 진행된 멸실 주택 수는 2010년 6만2486건에서 2018년 11만5119건으로 1.84배 증가했다. 철거가 필요한 노후 건물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에서 참사의 고리를 끊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광주 붕괴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또 하나의 ‘예견된 인재(人災)’로 기록될 듯하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많은 노동자들이 이 같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관리법을 근본부터 뜯어고쳐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건축업자나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