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초 경쟁'에 매몰된 자율주행차
[기자수첩] '최초 경쟁'에 매몰된 자율주행차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06.22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등’, ‘최초’, ‘최고’ 등의 수식어는 우리사회 전반에서 좋아하는 표현이다. 특정 분야의 선두주자로 대중들에게 각인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일에 ‘최초’를 붙이는 경우도 있어 아쉽다.

“롯데정보통신, 국내 최초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임시운행허가 취득.”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 롯데정보통신이 지난 16일 낸 보도자료의 타이틀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이 자료를 통해 “세종시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임시운행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3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 개정 후 운행허가를 취득한 첫 사례”라며 기술고도화 등을 통해 관련시장 선점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고도 했다. 자신들이 치열한 자율주행기술 개발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의아한 건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이 정부로부터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건 롯데정보통신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에선 2019년 ‘제로셔틀’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3곳 이상이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로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롯데정보통신의 발표 일주일 전인 이달 9일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 자료를 내기도 했다.

당시 ETRI도 ‘최초’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이는 ‘미래지향형 자율주행 내부순환셔틀’의 첫 개발에 한정됐다. ETRI는 인공지능(AI)를 비롯해 5세대 이동통신(5G), 미디어콘텐츠 등 기술력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를 처음으로 임시운행허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이 어떤 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는지 의문이 생기는 배경이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올해 3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시행 후 첫 임시운행허가"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새로운 기준에 맞춰 처음으로 받은 임시운행허가라는 뜻이다. 기존 규제특례로 받은 임시운행허가(2년)와 달리 5년 간 운행 가능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의 해명이 아쉽게 느끼진다. 정부의 새 규정은 자율주행 임시허가 절차 간소화를 목적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기존 규정은 자율주행차도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운전석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차량은 별도 특례검토 절차로 허가를 받아야 했고 심사에 5개월 이상 소요됐다. 반면 새 규정에서 심사기간은 최대 2개월로 단축된다.

특히 ‘임시운행허가’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차의 시험테스트를 위한 최소치다.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잘 달리는지 평가하는 게 아니라 △비상조정장치 △고장 시 자동정지 등 안전성을 요구한다.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에서 좀 더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과정에서 최초를 내세우기보다 완성된 기술로 ‘최초’에 섰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