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나의 평생 연금자산관리 상품 TDF, 제대로 고르려면
[기고 칼럼] 나의 평생 연금자산관리 상품 TDF, 제대로 고르려면
  • 신아일보
  • 승인 2021.06.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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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시장안에 머물러라(Stay in the Market.)" 월가의 전설 피터린치가 남긴 이 명언의 배경에는 그가 운용한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그가 운용을 맡았던 1977~1990년간 해당 펀드는 대략 2700%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투자자들 중 절반 이상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시장이 좋을 때 기대감 으로 들어갔다가 조금만 시장이 요동치면 빠져나오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사실 투자를 할 때 특별한 기교 없이 잘 분산된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에 묻어두기만 해도 정기예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수익률을 내는 동시에 손실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장기투자의 원칙은 자금의 목적상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연금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 당시 인기가 많은 테마펀드 한 두개에 몰빵한 채 방치했거나 반대로 기대와 불안감으로 매수-매도를 빈번하게 일으키면서 자산 증식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휘말리기 쉬운 심리적 불안감과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리적 압박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연금자산을 직접 관리할 여유가 없는 바쁜 투자자들에게 TDF(Target Dated Fund)는 가장 최적의 대안상품이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겟포인트로 해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일종의 자산배분형 펀드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조2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도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0년 말 운용자산이 5조원을 넘어섰다.

TDF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입자의 예상 은퇴시점을 사전에 설정하고 그에 맞게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채권 등)의 비중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는 주식비중을 높여 자산증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준다. 다시 말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배분 결정과 실행을 펀드가 알아서 실행하는 것이다. 

이 때 연령별로 주식채권비중이 변화하는 모습이 마치 글라이드가 비행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도 한다. 글라이드 패스는 TDF를 운용하는 회사마다 자체적인 모델을 가지고 있어서 동일한 연령대라도 주식채권 비중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에 더해 운용사의 전문가들이 잘 분산된 펀드나 ETF들을 활용해 동일 상품군 내에서도 지역별 혹은 운용구조별로 추가적인 배분을 실시한다. 따라서 소액으로 다양한 국내외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도 TDF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만 TDF도 엄연히 투자상품인 만큼 내게 맞는 좋은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 사전에 체크해야 할 몇 가지 핵심사항들이 있다.

◇ 내게 가장 적합한 TDF는 예상 은퇴시점에 가장 근접하는 숫자가 표기된 상품

'2020', '2035'처럼 TDF에 붙어 있는 숫자는 가입자의 은퇴 예상년도를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KB 온국민 TDF 2035'라면 2035년에 은퇴가 예상되는 직장인·사업자들에게 적합하다는 뜻이다. 물론 은퇴 이후에도 인생은 긴 만큼 해당 펀드는 안정적인 배분구조로 계속 운용된다. 여러 종류의 TDF 중 내게 맞는 상품을 고를 때는 상품명 뒤에 통상 붙는 '2030', '2040' 같은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 TDF의 은퇴 예상연도별 자산배분 비중은 가입자가 속한 국가나 지역의 통계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산정된 만큼 가급적 TDF를 고를 때에는 내 예상 은퇴시점과 펀드명에 표기된 연도를 매칭해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KB 온국민 TDF 2035'라는 상품은 2035년에 은퇴를 하는 직장인을 모델로 운용되는 구조다. 따라서 위의 2035는 지금의 40대에게 맞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TDF 시리즈의 연도는 통상 5년 단위로 나뉘어지므로 만약 내 은퇴예상시점에 딱 부합하는 TDF가 없다면 그 전후로 가장 근접한 연도의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 꾸준한 운용이 가능한, 검증된 시스템을 가진 운용사의 TDF를 선택할 것

TDF는 연금자산의 장기투자에 최적화된 펀드다. 물론 중간에 환매가 자유롭고 다른 펀드로 얼마든지 갈아탈 수 있지만 상품의 구조상 장기투자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투자용 테마펀드와 달리 TDF는 처음에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투자를 고려중인 TDF의 운용기관이 최소 30년 이상 동일한 상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글로벌 자산배분형 포트폴리오를 오랜 기간 운용한 경험이 풍부한 대형 운용사라면 기본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 성과가 우수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현재 TDF를 출시한 대부분의 운용기관들은 뱅가드와 캐피탈그룹, 티로프라이스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글로벌 자산배분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 제휴업체의 운용 스타일도 향후 투자성과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성과를 비교할 때는 안정성도 같이 비교할 것

가격 변동성이 가급적 적은, 즉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어떤 투자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장기 투자상품인 TDF는 변동성 위험의 관리가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상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안내장 등 홍보물에 기재된 위험관련 단서들을 꼭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 가격 변동성 위험은 표준편차라는 통계지표로 표시되는데 수익률과 달리 표준편차는 가급적 낮을수록 유리하다. 어떤 경우에는 무위험 이자율 대비 초과수익률을 표준편차로 나눈 샤프지수가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 수치는 높을수록 안정성 대비 상대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특히 동일한 숫자가 표기된 두 개 이상의 TDF를 비교할 때 이런 지표들은 더욱 유용하다.

나아가서 시장이 급등락하는 구간에서 얼마나 덜 떨어졌고, 또 더 빨리 회복했는지도 같이 비교하면 좋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 19사태처럼 비상상황이 닥쳤을 때의 전후과정을 살피고 비교해 보면 해당 펀드의 운용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쉬운 문제는 누구나 풀 수 있지만 진짜 실력은 어려운 문제에서 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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