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펀드 '열풍'…풀어야 할 숙제 많다
ESG펀드 '열풍'…풀어야 할 숙제 많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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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위주 편입…기존 펀드와 차별성 적어
종목별 ESG 등급도 평가 기관별로 달라
(자료=에프앤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작년부터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으로 관련 투자 상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펀드와 이들 상품에 편입된 종목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개별 종목에 대한 ESG 등급도 평가 기관별로 달라 이에 따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연초 이후 1조28999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주식형 ESG 펀드에는 같은 기간 6436억원이 유입됐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SG 펀드 출시도 잇따르면서 이날 기준 운용 펀드 수도 39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ESG 펀드 각각의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수익률이 안정적인 대형주가 대다수 비중을 차지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순자산 상위 펀드인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펀드 편입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25.32%, SK하이닉스 13.93%, 네이버 8.92% 순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ESG 관련 펀드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 역시 상위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21.27%), SK하이닉스(7.29%)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형주를 주요 구성 종목으로 편입하는 기존 일반 펀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국내 대표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한국의힘' 펀드는 삼성전자가 23.98%, SK하이닉스가 6.31% 담겼고, '삼성KODEX코스피대형주' 펀드 편입 종목은 삼성전자가 26.37%, SK하이닉스가 5.5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SG 펀드도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용 종목에 대한 차별성 없이 상품명에 ESG를 붙이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ESG 펀드에 담긴 종목 역시 평가 기관에 따라 받는 ESG 등급이 각각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ESG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산출한 ESG 등급 간의 상관계수는 0.61에 그쳤고, 상이율은 60%에 달했다. 

하나의 종목을 두고 평가 기관마다 등급이 다를수록 소비자만 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투명한 평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준칙에 의해 작성한 회계 정보와 정형화된 기업 공시자료에 기반한 신용등급 평가와는 달리,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ESG 평가는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평가자간 결과의 비교 가능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 이유를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비율이 낮은 점에서 찾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가별로 상위 10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비율을 살폈을 때, 대한민국은 전 세계 26개국 중 16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이들 국가의 보고서 발간 비율 평균은 77%로, 한국은 평균 수준에 그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 제공에 대한 논의를 규율 체계와 적용 표준 및 제공 방법, 지표 설정 등 관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공시가 취약한 현황을 고려해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도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후 관련 위험을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며 "녹색 금융 규제와 시장 인프라, 금융상품의 정비가 필요하며, 특히 녹색산업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분석할 녹색 금융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