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권 발매' 경쟁력 키운 일본, 한국은 텅 빈 경마장 '시름'
'온라인 마권 발매' 경쟁력 키운 일본, 한국은 텅 빈 경마장 '시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6.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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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속 말산업 명운 갈려…국내 경마 매출 평년의 겨우 5%
말 농가 생계 잇는 경주마 경매 낙찰률 23% 아래 '뚝', 관리비용 큰 부담
일본 경주마 생산 늘고 매출도 전년보다 3.4% 성장, 온라인 발매가 주도
코로나19 여파로 경마장이 텅 빈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코로나19 여파로 경마장이 텅 빈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말(馬)산업은 경마 셧다운 여파로 크게 위축된 반면에 일본 등 말산업 선진국은 온라인 마권 발매 등의 출구를 통해 오히려 경쟁력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한국마사회(회장 김우남)에 따르면, 국내외 말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렸다. 

국내 말산업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기준 3조40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19로 주된 수익원인 경마의 장기간 셧다운으로 1차 산업인 경주마 생산부터 3차 산업인 마권발매 서비스업까지 크게 위축됐다. 우리나라는 오프라인 마권 발매만 가능하다보니 관중 입장이 제한된 코로나19 상황에선 매출 발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 들어 경마 매출은 평년 대비 5%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주마를 키우는 농가 어려움도 무척 크다. 국내 경주마 생산농가는 연평균 1400두의 말을 생산하고 경매시장에 700여 두를 내보낸다. 경매 낙찰가는 곧 경주마 생산농가의 매출액이자 생계원이다. 2019년까지 경주마 낙찰률은 30%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23%로 뚝 떨어졌고 올 들어선 23%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경마 중단, 매출 없는 경마라는 비정상적인 경마 시행이 경주마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이라며 “살아있는 동물 특성상 물건처럼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경주마 1두에만 연간 1000만원의 관리비용이 들어간다. 마사회는 지난해 경주마 판매 감소 두수와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국내 경주마 생산농가는 63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마사회는 “경주마 생산부터 위축되다보니 이와 연관된 경주마 조련과 축산분뇨처리사업 등의 2차 산업과 말 운송업, 의료행위, 경주마 보험 등 3차 산업까지 경색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열린 제주 경주마 경매현장. [사진=한국마사회]
지난 5월 열린 제주 경주마 경매현장. [사진=한국마사회]

말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마사회는 위축된 경주마 산업에 어떻게든 활기를 불어넣고자 무상교배 확대와 외산마 수입제한 등을 통해 경주마 경매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일본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말산업 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국제경마연맹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주마 생산두수 규모는 미국, 호주, 아일랜드에 이어 4위다. 경주 수는 미국, 호주에 이어 3위, 경주마 출전두수는 3위로 아시아 최대 경마 선진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 일본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무관중 경마를 지속했기 때문에 경주마 생산과 경마개최 규모에서 순위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일본의 경주마 생산두수는 2019년 대비 2% 증가했다. 경마 매출은 2019년 대비 3.4% 늘었다. 특히 경마 매출의 증가는 온라인 마권발매 영향이 컸다. 일본의 온라인 마권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9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경마 선진국들은 온라인 발매를 기반으로 무관중 경마 혹은 일부 유관중 경마를 이어가며 경마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국제경마연맹 등록 경마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권광세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장은 “온라인 마권발매는 당장의 말산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의 말산업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온라인 마권발매는 현장 발매가 전제하는 다중운집의 위험 등 외부 리스크에 구애받지 않고 말산업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